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새해 벽두부터 국내외 현장 경영의 고삐를 죄고 나섰다. 특히 6년 전부터 시작한 ‘명절 현장 경영’을 이번 설에도 이어가면서 광폭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달 초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이 진행된 가운데서도 경기 화성사업장내 반도체연구소에서 반도체·부품 부문 사장단과 함께 세부 전략을 논의한 바 있다.
27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올해 첫 해외출장지로 브라질 북부 아마조나스주에 위치한 마나우스 법인을 찾았다. 이어 28일엔 중남미 사업을 총괄하는 브라질 상파울루 법인을 방문해 현지 사업전략을 점검하고 캄피나스 스마트폰 생산 공장도 둘러볼 예정이다.
이 부회장과 마나우스 법인의 인연은 각별하다. 이 부회장이 부친인 이건희 회장 아래 경영 수업을 받았던 지난 2001년 당시 상무보로서 방문한 첫 해외 사업장이 마나우스 법인이다. 사실상 ‘뉴 삼성’을 내세우고 홀로서기에 나선 이 부회장이 올해 첫 해외 출장지로 20여년 만에 찾은 곳이란 점에서 의미는 더해진다.
이 부회장은 이번 해외 출장에 한종희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과 노태문 신임 무선사업부장 등 TV 및 스마트폰 부문 사장, 장시호 글로벌기술센터장(부사장)이 함께 동행했다. 이 부회장과 삼성전자 완제품 부문 수뇌부들은 이날 마나우스 법인 생산라인을 둘러보면서 명절에 일하는 임직원들을 격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이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힘은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에서 나온다”며 “과감하게 도전하는 개척자 정신으로 100년 삼성의 역사를 함께 써 나가자”는 말을 현지 임직원들에게 전했다고 밝혔다.
1995년 삼성전자가 중남미 진출의 교두보로 세운 마나우스 법인은 남부의 캄피나스 공장과 함께 중남미 시장에 공급하는 스마트폰과 TV, 에어컨 등 삼성전자 제품 대다수를 만드는 곳으로, 현재 4,200여명의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한편 이 부회장의 ‘명절 현장 경영’은 2014년부터 정례화되고 있다. 지난해엔 설 연휴 기간,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2기 공사 현장을 방문했고 추석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도심 지하철 공사 현장을 찾았다. 2016년 설엔 미국에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와 사업 논의를, 그 해 추석엔 인도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를 접견하는 등 글로벌 기업 CEO 및 국가 지도자와의 만남도 꾸준히 추진해왔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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