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둘째 주 기준 전국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8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배우한 기자

일반적으로는 국제유가가 오르면 정유사의 수익은 좋아진다. 정유사의 원유 매입과 석유제품 출고 사이에는 30~40일 정도의 시차가 발생한다. 석유 제품 가격은 출고 당일의 원유 가격을 기준으로 책정되기 때문에 유가가 오르면 상대적으로 싼 값에 사들인 원유로 생산한 석유 제품을 비싸게 팔 수 있게 된다. 즉 재고 효과(Lagging Marginㆍ래깅 마진) 때문에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유가와 정유사 수익이 비례하는 것을 커플링 현상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최근엔 국제유가와 휘발유 가격이 모두 오르고 있지만, 국내 정유사들은 마냥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11월부터 급락한 정제마진이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정제마진이란 휘발유ㆍ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ㆍ운송비 등의 비용을 뺀 수치다. 정제마진이 낮다는 것은 다시 말해, 원유 가격이 올랐으니 석유제품도 비싸게 팔아야 하는데 공급이 수요보다 많은 까닭에 오히려 더 싸게 팔아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정유업계에서 보는 손익분기점은 정제마진이 4, 5달러 선이지만, 이번 달 둘째 주 배럴당 정제마진은 0.2달러에 불과하다.

27일 오피넷에 따르면 국내 정유업체에서 주로 쓰는 두바이유는 지난해 9월3일 배럴당 56.48달러로 최저치를 기록한 뒤 60달러 내외에서 등락을 반복하다 12월부터 완연한 상승세를 보이며 이번 달 6일 배럴당 69.65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완만하게 하락해 22일 현재 64.26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휘발유 가격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7월 13일 ℓ당 1,489.97원으로 최저가를 기록한 이후 같은 해 9월부터 1,500원를 돌파, 이번 달 16일 1,571.56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26일 현재는 비슷한 수준인 1,570.91원에 거래되고 있다. 즉, 국제유가와 국내 석유제품 가격은 지난해 3분기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보여온 것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 정제마진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월간 정제마진은 지난해 9월 배럴당 7.7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10월 4.1달러, 11월 0.7달러, 12월엔 -0.1달러로 곤두박질쳤다. 정제마진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건 2001년 6월 이후 처음이다. 올해도 정제마진은 회복하지 못하고 1월 1주 0.4달러, 2주 0.2달러 선에 그치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달 16일에는 다시 -0.27달러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마이너스 정제마진은 곧 정유사들이 석유제품을 팔수록 손해를 본다는 뜻이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만 하더라도 정유업계에 대한 전망은 장밋빛이었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IMO 2020’ 환경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국내 정유사들이 저유황유 생산에서 경쟁력이 있으며, 미중 무역합의 1단계가 성사되면서 중국의 석유제품 수요가 되살아날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해 정제마진이 8.8달러까지 상승해 국내 정유사들의 성장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4주가 지난 지금까지는 이렇다 할 반등의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중국과 신흥국을 중심으로 정제 시설이 늘어나 공급과잉이 지속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동남아 정유사에 비해 운임과 운송비ㆍ세제 혜택 등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여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 미국에너지관리청(EIAㆍThe U.S.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은 14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IMO 규제가 정제마진에 미치는 영향을 하향 조정했다.

윤재성 하나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리서치 보고서에서 “중국이 석유제품의 수출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공급과잉으로 이어져 정제마진 개선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며 “미국의 정제설비 가동률 역시 높게 유지되면서 재고가 상승해 아시아의 휘발유ㆍ등유ㆍ경유 등의 마진 약세에 간접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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