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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탄자니아의 웃음 전염병(1.30)

입력
2020.01.30 04:4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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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은 긍정적 의미로 전염성이 강하지만, 집단 심인성 질병의 양상으로 악화하기도 한다. 데이비드 생크본의 사진. commons.wikimedia.org
웃음은 긍정적 의미로 전염성이 강하지만, 집단 심인성 질병의 양상으로 악화하기도 한다. 데이비드 생크본의 사진. commons.wikimedia.org

인류가 웃음의 전염성을 감지한 건 어쩌면 누군가 처음 웃기 시작하면서부터였을 것이고, 그렇게 보면 로버트 프로바인 같은 학자가 웃음의 진화론적 비밀을 탐구한 것은 퍽 야단스러운 일도 아니었다. 코미디나 토크쇼 방송사는 1950년대부터 웃음 트랙을 본격적으로 활용했다.

하지만 웃음이 집단 전염성 질병(laughter epidemic)으로 확산되는 경우가 드물긴 해도 있긴 있다. 1962년 1월 30일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한 마을에서 시작된 웃음병이 집단심인성질환(MPI)으로 진단된 게 대표적인 예다.

탄자니아 웃음병은 우간다 국경 빅토리아 호수 서쪽 카샤샤(Kashasha)란 마을의 한 미션스쿨에서 시작됐다. 12~18세 중등 여학교 학생 일부가 영문 모르게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교사들이 아무리 제지해도 그들은 웃음을 멈추지 못했고, 급기야 재학생 159명 가운데 95명이 쉴새없이 웃어댔다. 아이들은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보름 넘게 웃음을 그치지 못했다. 너무 웃어 구토증과 호흡장애, 발진을 일으키는 아이들도 있었고, 비명을 지르거나 흐느끼고 졸도하기도 했다. 아이들이 살던 마을 주민들 일부도 유사한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학교는 3월 18일 부득이 휴교를 했고, 5월 21일 수업을 재개했다가 6월 초 다시 문을 닫았다. 증상은 확산돼 14개 학교 학생 등 1,000여명이 증상에 시달렸다. 웃음병은 발병한 지 18개월이 지나서야 저절로 사라졌다.

확실한 원인은 밝혀진 바 없다. 미국 퍼듀대 연구팀은 집단 스트레스가 원인이라는 가설을 제기했다.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다가 1961년 ‘탕가니카(Tanganyika)’로 독립한 직후였다. 신생 독립국가의 어린 학생들이 민족주의자들의 교육열에 심한 부담감을 느낀 나머지 그 스트레스에 대응하기 위한 육체적ㆍ심리적 반작용으로 웃음병이 발병했을 거라는 게 가설의 요지였다. 마을 단위의 가부장적ㆍ전통적 권위와 학교의 근대적 권위가 충돌하면서 가장 격렬한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을 청소년들이 집단 히스테리 증상을 보인 것이라는 심리ㆍ사회학자들의 설명도 있었다.

원인 불명의 집단 히스테리는 꼭 웃음으로만 그 증상이 드러나는 것은 아니어서, 때로는 기침과 미열 등 유행성 감기와 유사한 반응을 보이기도 하고 집단 착시 현상을 나타내는 예도 있다. 최윤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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