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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엘사’가 어때서

입력
2020.01.27 18:00
수정
2020.01.28 09:3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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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2일 서울 세종대로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2020년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통해 부동산 공유제를 설명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2일 서울 세종대로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2020년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통해 부동산 공유제를 설명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설 연휴 동안 가족 친척들과 ‘집값’ 얘기를 하지 않은 이가 몇이나 될까. 박원순 서울시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밝힌 ‘부동산 공유제’ 도입 약속이 설 연휴 화제의 중심이 되기를 기대했겠지만, 안타깝게도 별 호응이 없는 듯하다. 부동산 공유제는 재건축초과이익 환수금, 개발부담금, 기부채납 등을 통해 부동산 개발 이익의 일부를 서울시가 환수해 ‘부동산 공유기금’을 만들고, 이 기금으로 토지나 건물을 매입해 저렴한 공공주택을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발표한 ‘영등포 쪽방촌’ 개발도 공공임대주택 정책 중 하나다. 주민들에게 푼돈만 쥐여주고 쫓아내던 기존 재개발과 달리 공공임대주택을 절반 가량 지어 주민들과 신혼부부 등 젊은 층이 저렴한 월세를 내고 살 수 있게 개발하는 계획이다. 그런데 막상 지역 주민들은 “이웃 입주자들이 우리를 외계인 취급할 텐데 함께 살 수 있겠냐”며 떨떠름한 반응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은 공공주택 거주자를 ‘엘사’라며 따돌리는 세태를 생각하면 수긍이 간다.

□ 서울시민 중 53%가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할 의향이 없으며” 81%는 “꼭 내 집을 마련하겠다”는 국토부 실태조사 결과도 이런 세태를 반영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내 집을 마련하려고 나서면 경제에는 해가 된다. 이는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특집기사를 통해 주장한 내용이다. “뉴욕, 샌프란시스코, 새너제이 집값만 안정돼도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4%나 상승할 수 있다”며 “선진국 일부 도시의 주택가격 상승은 경기 침체를 부르고, 집값 버블로 경제 위기의 단초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 국민이 자기 집을 소유해야 정치적 안정이 온다는 영미식 고정관념을 버리고, 임대주택 비중이 높은 독일 모델을 배워야 한다”고 제안한다.

□ 이코노미스트는 집값 안정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적절한 주택금융 규제 마련을 제시했다. 집 소유자와 세입자의 거주비용이 비슷하도록 조정해 집 소유 욕구를 최소화하라는 것이다. 질 좋고 다양한 공공임대주택이 풍부하게 공급돼 집값이 안정되면, 세금과 주택대출 이자를 내는 소유자와 월세를 내는 세입자의 처지는 별 차이가 없게 된다. 여기에 공공임대주택에 사는 인기 스타나 정치인, 고위 관료가 카메라 앞에서 “엘사가 어때서!”라고 한마디 하면 ‘게임 끝’일 텐데.

정영오 논설위원

*‘엘사’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영문약자 첫 글자인 L과 그곳에 사는 사람을 합한 신조어로 공공주택 거주자를 낮춰 부를 때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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