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 동지 사이… 황교안ㆍ유승민 ‘동갑 케미’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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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과 동지 사이… 황교안ㆍ유승민 ‘동갑 케미’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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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2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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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왼쪽) 자유한국당 대표와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정치권에 보수대통합 논의가 한창이다. 혁신통합추진위원회가 내달 중순까지 중도ㆍ보수 통합 신당을 출범시키겠다는 일정표를 제시했고,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의 당대당 논의기구도 가동되기 시작한 만큼 설 연휴가 끝나면 야권재편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정계로 복귀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보수통합엔 관심이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논의의 중심엔 황교안 한국당 대표와 새보수당의 실질적 수장인 유승민 의원이 있다고 해도 과장은 아니다. 향후 두 사람의 ‘담판’ 결과에 따라 통합이냐, 선거연대냐가 결정될 공산이 크다.

통합신당이 출현한다면 두 사람이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같은 당이든, 아니든 보수진영 유력 대선 주자로 꼽히는 황 대표와 유 의원은 2022년 대선 때까지 계속 경쟁 관계에 놓일 수밖에 없다.

공교롭게 황 대표와 유 의원은 닭띠 동갑이다. (황 대표는 1957년생, 유 의원은 58년생이지만 ‘빠른 생일’이라 교육 과정을 같이 밟았다) 때로는 적으로, 때로는 동지로 만나게 될 두 사람. ‘동갑 케미’(조화ㆍ호흡)를 기대해봐도 될까.

법조인 vs 경제학자, 모든 게 달랐던 둘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나고 자란 곳은 물론, 학교와 행적도 전혀 달랐다. 서울 출생인 황 대표는 서울 최고 명문고로 꼽히던 경기고(황 대표가 시험을 치고 입학한 마지막 기수다)를 졸업해 성균관대 법학과를 나왔다. 유 의원은 대구 토박이로 고교 역시 대구 명문 경북고를 나왔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황 대표는 대학 졸업 후 사법시험에 합격, 쭉 검사 생활을 하다 박근혜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 국무총리를 역임했다. 반면 유 의원은 경제학자의 길을 걷다가 2004년 한나라당(한국당 전신) 비례대표로 처음 원내에 입성한 뒤 대구에서 내리 4선을 했다. 국정 경험은 황 대표가 한 수 위고, 정치 경험에 있어선 유 의원이 2019년 초 정계에 첫 발을 들인 황 대표의 대선배라 할 수 있다.

유승민(가운데) 바른미래당 의원이 지난해 11월 26일 오전 청와대 앞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단식 농성장을 찾아 황 대표와 대화를 마친 후 돌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친해질 기회도, 대화도 없었다

두 사람 사이 특별한 인연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둘의 행적만 봐도 친분을 만들 기회 자체가 별로 없었던 듯하다.

그렇다고 연결고리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황 대표가 국무총리에 지명된 2015년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유 의원이었다. 그때 유 원내대표는 새정치민주연합 등의 거부로 황 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이 계속 미뤄지자 단독 표결 처리를 하겠다고 밀어붙였다. 결국 어렵게 여야 합의가 이뤄져 황 대표로선 ‘여당만 표결에 참여한 총리’라는 오명을 남기지 않을 수 있었다.

두 사람과 사적으로 연관된 이들도 있다고 한다. 유 의원과 가까운 관계자는 “황 대표의 경기고 동기이자, 유 의원의 서울대 동기인 인사가 여럿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황 대표도 지난해 2월 한국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유 의원은 친한 친구의 친구”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다만 그는 “그 친구가 작고(作故)했다”고 덧붙였다.

이후 황 대표가 한국당 수장에 오른 뒤에도 둘은 몇 번 마주친 적이 있다. 지난해 6월에는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출판기념회에 나란히 참석했는데, 대화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해 11월 황 대표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포기 등을 요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단식 투쟁을 할 때 유 의원이 위로방문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때도 황 대표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대화는 하지 못했다.

황교안(가운데) 자유한국당 대표가 23일 서울역에서 귀성인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중한 황ㆍ유, 의기투합해 시너지 낼까

서로에 대한 사감(私感)이 생길 기회가 거의 없었던 만큼, 두 사람의 ‘케미’는 앞으로가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성향으로만 보면 황 대표와 유 의원 모두 진중하고, 결심이 서기 전까지 섣불리 행동하지 않는다는 게 공통된 평가다. 유 의원은 측근들과만 소통한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황 대표는 측근들도 속내를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지난해 11월 수면 위로 떠오른 보수통합 논의가 지지부진하게 진행돼 온 것은 이처럼 결이 비슷하면서도 다른 두 사람의 스타일 때문이란 해석도 있다.

그럼에도 황 대표와 유 의원 모두 보수재건의 의지가 강한 만큼, 주변에서는 서로 조금씩만 내려놓고 양보한다면 시너지를 기대해 볼 만하다는 기대가 나온다. 하지만 여기서 전제는 ‘양보’인 점을 감안하면, 당권이나 대권 등을 놓고 양보 없는 싸움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올 땐 등 돌릴 수도 있다는 뜻이 된다. 동지와 적 사이 어디쯤에 있는 두 사람이 앞으로 어떤 관계를 만들어나갈지 관심이 모인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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