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 대형 민생 사건 주력 예상

국일고시원 화재, ‘햄버거병’ 등

대규모 인사로 수사 차질 우려도

검찰. 연합뉴스

23일 대규모의 중간간부ㆍ평검사 인사로 검찰 진용이 대폭 바뀐다. 전국 검찰청 중 가장 활발한 특별수사를 하는 서울중앙지검 등 주요 검찰청이 수사팀 구성에도 큰 변화가 생긴다. 그간 검찰이 수사해 왔던 주요 사건들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인사 발령일인 2월 3일 이후, 검찰은 어떤 사건에 주력하게 될까?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태은)가 맡고 있는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은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 등 주요 인물들에 대한 조사를 목전에 둔 상태다.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이정섭) 역시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등을 조만간 재판에 넘길 방침으로 알려졌다.

선거를 앞두고는 정치적 요소가 강한 ‘대형 사건’들의 경우 정치적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잠시 진행 속도를 늦추는 사례가 많다. 특별한 계기가 없다면 총선 전까지 한동안은 대형 사건보다는 일반 민생 사건들 처리가 검찰의 주요 업무가 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그 동안 울산 선거개입, 감찰 무마 사건에 가려져 충분한 주목을 받지는 못했던 일반 사건들이다. 화재를 비롯한 사고 수사부터 기업의 소비자 우롱, 각종 사기 사건들까지, 일반 시민들이 겪는 직접적인 피해가 더 큰 사건들의 진행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

◇1년 넘은 국일고시원 화재

화재, 건물 붕괴 등 각종 사고들은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피해 회복을 위해서도 책임 소재를 가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발생 당시엔 큰 이목을 끌었던 일들도 얼마 안 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경우가 많다. 2018년 11월 9일 서울 종로구 관수동에서 발생해 7명의 목숨을 앗아간 국일고시원 화재도 그 중 하나다.

2018년 11일 화재로 7명이 사망한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앞에 시민들의 추모 꽃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화재 발생 약 4개월 뒤 경찰이 소방안전시설 유지ㆍ관리를 소홀히 한 혐의로 고시원장을, 소방 점검 때 제대로 확인을 거치지 않고 보고서를 작성한 혐의로 소방관을 입건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긴 상태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박승대)가 이후 사건을 맡고 있지만 아직 재판은 시작되지 않았다. “화재의 경우 화재조사부터 시작해 검토할 대상이 많다”는 것이 검찰 안팎의 설명이지만 형사3부에 배당됐던 버닝썬 사건 때문에 잠시 속도가 늦춰졌다는 관측도 있다.

화재 당시 좁게 붙은 방들, 작동하지 않은 화재 경보기 등 열악한 환경 속에 순식간에 7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다치면서 큰 공분을 샀다. 피해자 대부분은 월세 30만원 안팎으로 입주한 40대 이상 일용직 노동자들이었다. 살아남은 피해자들과 유가족들이 수사와 피해 회복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기 어려운 환경일 수밖에 없는 만큼, 검찰의 신속하고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보사ㆍ햄버거병… 소비자 건강 위협한 기업들

많은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입힌 기업 사건들도 처리를 기다리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강지성)가 맡고 있는 코오롱 인보사 의혹 수사와 맥도날드 관련 햄버거병 재수사가 대표적이다.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가 지난해 7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의 품목허가 취소 관련 기자회견에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보사는 코오롱생명과학이 2017년 식약처 허가를 받아 출시한 골관절염 치료제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 치료제 구성품 중 일부를 ‘연골세포’로 식약처에 보고하고 허가 받았지만 실제로는 종양유발 가능성이 있는 ‘신장세포’였던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성분을 조작한 실무진 간부들이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되면서 수사는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다. 그러나 지난달 말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윗선’을 향한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 지가 불투명하다.

맥도날드 재수사는 최근 첫 발을 뗐다. 이 사건은 2016년 한 아이가 맥도날드 메뉴를 먹은 뒤 용혈성요독증후군(HUS), 일명 ‘햄버거병’에 걸리면서 시작됐다. 이후 피해 아동의 어머니가 한국 맥도날드를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고발했지만 검찰은 2018년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지난해 1월 ‘정치하는 엄마들’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맥도날드와 담당 공무원 등을 식품위생법 위반, 직무유기 등 혐의로 고발하면서 다시 불이 붙었다. 이후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맥도날드 수사와 관련된 ‘허위진술 요구 의혹’을 제기하고,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에 대한 수사 의지를 표명하면서 본격적인 재수사가 시작됐다.

'정치하는엄마들' 회원들이 지난해 10월 서울 중구 맥도날드 서울시청점 앞에서 한국 맥도날드를 규탄하고 검찰의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한호 기자
◇IDS 홀딩스, 의약품 담합…대규모 인사로 수사 차질 우려도

1조원대 피해를 일으킨 IDS홀딩스 다단계 금융사기 관련 사건, 국가조달 백신입찰 과정에서 벌어진 수천억원대의 담합 사건 등도 새로운 수사팀의 신속한 처리를 기다리고 있다.

이렇게 다수 서민 피해자를 양산한 사건들의 범인을 처벌하고 피해 회복을 이루려면 신속하고 정확한 수사와 기소는 필수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최근 정부가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형사ㆍ공판부 강화 △민생 사건 중시 등을 강조한 만큼, 당분간은 검찰 역시 민생 사건들을 처리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지난해 7월 이후 6개월만에 이뤄지는 중간간부 인사 폭이 큰 만큼, 인수인계 과정에서 사건 처리가 미뤄질 우려도 나온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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