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마약과의 전쟁을 지휘한 전 필리핀 경찰청장의 비자를 취소한 데 대해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미군철수’ 카드를 꺼내 들었다. 미국은 남중국해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중국 견제를 위해 필리핀 등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향후 사태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관심이 모인다.
24일 일간 필리핀 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필리핀 경찰청장을 지낸 델라 로사 상원의원은 지난 22일 “내 미국 비자가 아무런 설명도 없이 취소됐다”며 “경찰청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제기된 (재판 없이 용의자를 사살하는) 초법적 처형 주장 때문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이 소식을 들은 두테르테 대통령은 23일 밤 필리핀 중부 레이테주(州)에서 가진 한 연설에서 “미국이 그것을 바로잡지 않으면 방문군협정(VFA)을 파기할 것”이라며 “지금부터 한 달을 주겠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이런 경고는 처음”이라는 말로, 이번 경고가 말로만 그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필리핀은 군사훈련을 이유로 미군의 필리핀 방문 허용하는 미군-필리핀 주둔군 지위협정(VFA)을 체결하고 있다. 이는 양국이 필리핀에서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합동 군사훈련의 근거가 된다. 필리핀은 미국 외 호주와 이 협정을 맺고 있으며, 일본이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필리핀은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6년 7월부터 마약과의 전쟁을 벌여왔다. 이 과정에 지난해 7월까지 경찰과의 총격전 등으로 숨진 사망자가 공식 발표된 것만 6,847명이다. 인권단체들은 이른바 ‘초법적 처형’에 따른 실제 사망자는 27,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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