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전 울산시장… “절망의 겨울 넘어 봄을 향한다”
6ㆍ13울산시장선거 하명수사ㆍ선거개입 의혹사건 당사자
각자 입장에서 기대와 새해에 대한 희망 담은 메시지 내
“지겹게 오던 ‘눈’이 그쳐간다.”(송철호 울산시장)
“절망의 겨울에서 희망의 봄을 향합니다.”(김기현 전 울산시장)
2018년 6ㆍ13 울산시장선거 관련 청와대 하명수사와 선거개입 의혹사건의 양 당사자인 송철호 울산시장과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설을 맞는 소회다.
지난 20일 이번 사건과 관련 검찰에 처음으로 소환조사를 받은 송 시장은 설을 앞둔 지난 22일 기자들과 만나 “(전반적인 분위기로 봤을 때) 검찰수사가 대략 마무리되는 느낌이었다”고 밝혔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송 시장의 이 말은 이번 사건 검찰수사 결과가 결코 자신에게 불리하게 전개되지 않고 있다는 해석을 낳았다.
그간 검찰 수사를 ‘눈’에 비유한 그의 화법으로 볼 때 ‘지독하게 내리던 눈이 그쳐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변호사로서 오랜 법조경력을 갖고 있는 송 시장이 검찰수사를 받고 난 뒤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것이어서, 상당히 설득력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법무부와 청와대가 최근 검찰 인사에서 이번 사건을 수사한 ‘윤석렬 사단’을 대거 교체해 수사동력이 상당히 떨어진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추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송 시장은 지난해 12월 30일 울산시청 기자회견에서는 기자들의 하명수사와 선거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입장 질문에 “펑펑 내리는 눈이 좀체 그칠 기미가 안 보인다”고 말했다.
또 이보다 앞서 같은 달 11일에는 최 측근인 송병기 전 울산경제부시장이 검찰소환조사를 받자 “군대 있을 때 경험에 비춰 눈이 펑펑 올 때는 (눈을) 쓸 때를 기다려야 한다. 지금 쓸면 거기에 또 눈이 쌓일 뿐”이라며 “기다렸다가 때를 보겠다. 속 시원히 말해줄 날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 시장은 23일 울산시민들에게 보내는 새해 연하장에서도 “희망은 볼 수 없는 것을 보게 하고 만질 수 없는 것을 느끼게 하고 불가능한 것을 이루게 한다”며 “2020년 울산호가 반드시 재도약의 본 항로에 오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태은)는 20일 오전 10시 송 시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12시간 가량 조사했다. 검찰은 송 시장에 대해 지난 2018년 6ㆍ13 지방선거 과정에서 청와대 인사들과 만나 선거 전략과 공약 등을 논의한 의혹과 선거를 앞두고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고문을 맡아 청와대와 여권 핵심 인사 등으로부터 공약 설계에 도움을 받은 의혹 등에 대해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송 시장과 ‘대척점’에 서 있는 김기현 전 울산시장은 24일 울산시민들에 보내는 신년 연하장에서 “절망의 겨울에서 희망의 봄을 향하려 합니다”라고 밝혔다.
김 전 시장은 “전(前) 울산광역시장 김기현, 세배 올립니다~~”로 시작되는 인사말에서 “늘 설레는 설이지만 올해는 더 각별합니다. 나라와 울산의 미래가 걸려있어서 그렇습니다. 지난 2년여, 참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가짜가 진짜를 억압하고 악이 선을 가장했습니다”며 그간의 소회를 밝혔다.
그는 “그야말로 절벽 같은 현실이지만 저는 어둠이 아니라 빛을 믿습니다. 늘 아침 같은 희망의 편에 서 왔습니다. 그래서 뜻은 더 단단해졌고 각오는 한층 굳어졌습니다. 그 뜻과 각오로 힘을 내어 다시 서려 합니다. 절망의 겨울에서 희망의 봄을 향하려 합니다. 다시 우리의 봄을 활짝 피우려 합니다. 언제나처럼 진심을 다하겠습니다.”고 경자년 새해를 맞는 각오를 밝혔다.
최근 자택이 위치한 울산 남을 지역구에 선거사무소를 차리고 재래시장에서 상인들과 만나는 등 본격적인 선거행보에 들어간 김 전 시장은 4ㆍ15 총선을 통해 국회에 진출해 진실 규명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김 전 시장은 이번 사건과 관련 검찰수사에 기대를 거는 한편 6ㆍ13 울산시장 선거 무효 및 당선 무효를 위해 선거법의 위헌소송을 내는 등 법적 자구노력도 벌여왔다.
한편 이번 사건의 양 당사자인 송 시장과 김 전 시장의 악연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의 성격상 이번 검찰수사가 종결되더라도 결과와 관계없이 향후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국당 등 야당은 최근 청와대와 법무부의 검찰인사와 관련자들의 ‘시간벌기 소환 불응’ 등 수사방해 사태 등과 관련, 검찰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보고 국정조사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지속적으로 실체적 진실을 규명한다는 방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4ㆍ15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할 경우 이번 사건은 세인의 뇌리에서 서서히 잊혀질 전망이다.
과거 어느 때보다도 이번 4ㆍ15 총선이 무게감 있게 다가오는 이유다.
김창배 기자 kimcb@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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