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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은 9년 전 문재인의 ‘검찰생각’ 내용처럼 진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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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은 9년 전 문재인의 ‘검찰생각’ 내용처럼 진행 중

입력
2020.01.2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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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질문을 위해 손을 든 기자를 지목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질문을 위해 손을 든 기자를 지목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검찰이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계에 입문하기 전인 2011년 김인회 인하대 교수와 함께 쓴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이하 ‘검찰 생각’)’ 서두에 등장하는 문장이다.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던 문 대통령은 “경제 사회 문화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검찰의 힘이 압도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검찰의 공권력 남용을 막기 위해 ‘견제와 감시’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2009년 검찰 수사를 받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을 바로 옆에서 지켜본 문 대통령은 당시 검찰 수사를 “복수에 가까운 수사”로 규정했다. 문 대통령 재임시 ‘검사와의 대화’ 등을 통해 표출된 검찰의 조직적 반란, 노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으로 그의 죽음을 지켜보며 문 대통령은 ‘검찰 개혁’ 의지를 다졌다.

2020년 1월 임기의 반환점을 막 돈 문 대통령은 검찰을 어떻게 바꿨을까. ‘검찰 생각’에서 제시했던 주요 청사진은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고비처) 설치 △검ㆍ경 수사권 조정 △법무부 문민화 △과거사 정리 등이었다. 참여정부가 추진한 개혁이었지만 완수하지 못한 과제들이다. 책을 펴낸 지 9년이 흐른 현재, 문 대통령의 ‘검찰 생각’이 어디까지 실현됐는지 살펴봤다.

[H05230420]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009년 4월 30일 오후 변호인인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함께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H05230420]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009년 4월 30일 오후 변호인인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함께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검찰 기소독점권 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문 대통령은 ‘검찰 생각’에서 고비처(공수처) 설립의 필요성에 대해 “검찰 권한의 일부를 분산하고 또 검사를 포함한 고위공직자를 조사ㆍ수사함으로써 검찰 권한을 견제하는 기능을 한다”며 그 순기능을 강조했다. 그러나 참여정부에서는 고비처가 검찰개혁의 한 방편으로 부각되지 못한데다, 당시 야당에서 고비처를 “청와대 직속 권력기관”이라고 반대하며 상설특검제를 대안으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2017년 대선 당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를 1호 공약으로 내세우며 공론화에 불을 지폈다. 공수처 설치법은 지난해 4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법안)에 올라탄 뒤 지난해 12월 30일 우여곡절 끝에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문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누구나 법 앞에서 특권을 누리지 못하고 평등하고 공정하게 법이 적용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라며 공수처 설치법 통과의 의의를 강조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여전히 검찰의 기소 독점권이 과도하다고 보고 있다. 지난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공수처에서 판ㆍ검사에 대한 기소권만 갖게 되고 나머지 기소권은 여전히 검찰 손에 있기 때문에 검찰의 기소 독점도 유지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경계했다.

 ◇ “수사권ㆍ기소권 분리돼야” 검ㆍ경 수사권 조정 

9년 전 문 대통령은 경찰의 독자적 수사권을 인정하는 검ㆍ경 수사권 조정 역시 검찰의 권한을 분산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참여정부에서는 검ㆍ경 수사권 조정이 양측 조직의 이기주의 탓에 실패로 돌아갔다고 진단했다. 경찰은 점진적 개혁보다는 파격적인 수사권 독립에 초점을 맞췄고, 검찰은 인권 문제를 앞세워 경찰에 대한 수사 지휘권 폐지를 반대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가 주도하지 않고 검경 논의에 맡겨 버린 것”을 패착으로 꼽았다.

한국일보 자료 사진
한국일보 자료 사진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 출범 후에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검ㆍ경 수사권 조정안을 마련하기 위해 개혁 전면에 나섰다.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018년 1월 직접 청와대에서 브리핑을 갖고 3대 권력기관인 검찰ㆍ경찰ㆍ국가정보원 개혁안을 발표했고, 같은 해 6월 청와대 민정수석실ㆍ법무부ㆍ행정안전부가 3자 협의체를 구성해 정부의 합의안을 도출해 힘을 실었다. 검ㆍ경 수사권 조정 방안이 담긴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안은 지난 13일 국회를 통과했고, 문 대통령은 임기 3년을 채우기 전 공수처와 수사권 조정이라는 양대 검찰개혁 과제를 완성했다. 또다른 계획이었던 법무부의 문민화(탈검탈화)도 빠르게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의 검찰 개혁 행보를 보면 문 대통령은 자신이 ‘검찰 생각’에서 밝혔던 검찰 개혁 구상을 거의 그대로 이어나가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검찰 생각’ 말미에 “모든 개혁은 ‘계속 개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혁이 어느 순간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방심하는 순간 언제든 권력기관은 부활하고 개혁의 성과도 후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책 곳곳에서 참여정부의 검찰 개혁 실패를 자성했던 문 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에도 계속 검찰을 주시하며 개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는 21일 국무회의에서 “지금까지 국회의 시간이었다면 정부로선 지금부터가 중요하다”며 굳은 의지를 되새겼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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