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서 도입한 중간간부 필수보직 1년도 못 채워
통상 7월 중간간부ㆍ1월 평검사 교체 공식도 깨
“윤총장 ‘특수통’에 힘 실어주더니 이제와서 비정상으로 몰아”
이달 초 검사장급 물갈이 인사에 이어 23일 단행된 중간간부(차장ㆍ부장검사) 인사에서도 정권 수사를 주도하던 검사들이 대거 교체되자, 검찰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인사의 형식(절차 진행 방식)과 내용(정권 상대 수사팀 약화) 모두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부는 이날 인사를 내면서 △검찰개혁 법령 제ㆍ개정 및 직제개편 △검사장 승진에 따른 후속인사 △비정상의 정상화를 통한 공정성 및 조직안정 도모 등을 대규모 인사의 이유로 들었다.
특히 법무부가 이번 인사를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밝힌 것에 대해서는 “누워서 침뱉기”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7월말 윤석열 검찰총장과 윤 총장의 ‘특별수사통’ 라인에 힘을 실어주는 인사를 한 주체가 청와대인데, 그동안 정권 상대 수사가 있었다고 해서 검찰의 행태를 ‘비정상’이라고 한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얘기다. 서울지역에서 근무하는 한 부장검사는 “본인들이 한 인사마저 비정상이라 하면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냐”며 “겉으로는 검찰을 통제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실상은 전 정권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다”고 말했다.
간부급 검사의 필수 보직기간(1년)을 피하기 위해 꼼수가 동원됐다는 비판도 있다. 검사장 인사 등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이 원칙이 지켜져야 하지만, 앞선 대규모 검사장 인사로 인사 요인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차장ㆍ부장검사 인사를 대폭으로 실시한 것이다. 통상 검찰은 7월 인사에서 중간간부를 많이 바꾸고, 1월 인사에서 평검사 인사 폭을 늘리는 식의 ‘교차 인사’를 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중간간부 257명을 바꾸는 이례적 인사를 냈다. 필수보직 기간 1년 규정 자체가 문재인 정부에서 도입된 원칙이라, 상황에 따라 말을 뒤집는다는 평가를 피하긴 어렵다.
이번 인사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무마 등 정권 수사에 차질을 빚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많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누가 봐도 수사방해 목적이 분명한 인사에서 마땅한 명분마저 내세우지 못했다면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 되니 법무부가 고민이 많았을 것”이라며 “주초로 예상됐던 인사가 며칠 미뤄진 것도 이 때문이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법무부가 “일부 부장ㆍ부부장 검사를 남겼으니 수사방해는 아니다”고 해명한 것을 두고는 “검찰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비판이 들끓는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일반사건이야 부장이 전결권을 갖고 알아서 하지만, 주요 수사는 차장이 거의 매일 보고 받고 결재하고 결정한다”며 “정권 수사에 반대하는 차장이 자리하면 수사가 제대로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법무부가 이번 인사의 특징으로 ‘대한변호사협회가 선정한 우수검사 우대’를 내세운 것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청장 출신 변호사는 “검찰 내부 인사평가도 있는데, 굳이 외부 지표인 변협 우수검사를 언급한 것은 검찰에 대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불신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 준다”고 말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정준기 기자 ju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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