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해임 여부를 가를 ‘탄핵심판’이 마침내 본 게임에 들어갔다. 우여곡절 끝에 정해진 탄핵심리 규칙, ‘24시간 마라톤 변론’이 22일(현지시간) 시작된 것이다. 표결 결과를 떠나 전국에 생중계되는 변론 과정을 통해 민주당 ‘창’과 공화당 ‘방패’의 승패가 가려질 전망이다. 양당이 변론에 사활을 건 이유는 물론 11월 대선에 미칠 파급력 때문이다.
전날 13시간 격론 끝에 통과된 상원 탄핵심리 운영절차에 따라 하원 소추위원단과 트럼프 대통령 변호인단은 이날부터 각각 하루 8시간씩, 3일 동안 변론 기회를 갖게 됐다. 변론 첫날 민주당 하원은 ‘우크라이나 스캔들’ 전후 상황을 집중 설명하면서 트럼프에게 적용된 권력남용 혐의를 입증하는 데 애썼다. 반면 공화당 상원의원 대부분은 “새로운 게 하나도 없다”면서 철저히 무시 전략으로 일관했다.
선봉은 트럼프 저격수로 불리는 애덤 시프(민주당) 하원 정보위원장이 맡았다. 그는 모두 발언부터 ‘공정한 배심원 역할’을 강조했다. 공화당 상원의원 전원(53명)이 당론에 맞게 표를 던진 탄핵심리 절차에 관한 표결 결과를 의식한 언급이었다. 시프 위원장은 “트럼프가 물러나지 않으면 대통령의 활동이 법 테두리를 넘어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가 민주적인 선거에 외국(우크라이나)의 간섭을 요청했고 이 과정에서 백악관의 힘(군사지원 결정권)을 남용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하원 소추위원인 하킴 제프리 의원은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을 향해 공세 수위를 높였다. 줄리아니를 트럼프 재선을 위한 ‘냉혈한 정치꾼’으로 묘사하면서 아무 공직도 없는 그가 스캔들 관련 통화에 여러 차례 언급된 사실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적 이익을 채우려는) 트럼프의 부패한 의도를 드러내는 확실한 증거”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맹렬한 변론에도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공화당 존 바라소 의원은 “많은 메모를 했지만 발언들은 계속 반복됐다”면서 탄핵심리 절차 논쟁 당시와 똑같은 내용에 불평했다. “새로운 내용을 배웠다”며 민주당 논거에 긍정 평가를 한 사람은 존 케네디 의원 단 한 명뿐이었다. 의회장 밖에서는 증인 채택을 둘러싼 여진이 계속됐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증언대에 세우기 위해 공화당의 헌터 바이든(조 바이든 전 부통령 아들) 증인 요구를 수용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증언 거래’는 없다고 못박았다.
변론이 길어지면서 탄핵심판의 무게감을 잊은 듯 딴짓을 하는 의원들이 포착되기도 했다. 빈칸에 낱말을 채워 넣는 크로스워드 게임을 하는가 하면, 변론 중 착석 규정을 어기고 벽에 기대 서 있는 의원이 눈에 띄는 등 느슨한 분위기가 연출됐다고 미 ABC방송은 전했다
변론 첫 날은 공화당 의도대로 흘러갔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트럼프를 대통령 자리에서 끌어내리기 위해 공화당 이탈표가 최소 20표 필요한 민주당 입장에선 ‘결정적 한 방’이 더욱 급해졌다. 24시간 변론을 마치면 상원의원들에게 질문할 16시간이 주어진다. 증인 소환 여부도 여기서 채택되는데, 추가 증언이 무산될 경우 이르면 31일 표결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지루한 탄핵 법적 논쟁은 겉으론 상원의원들을 겨냥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대한 최종 판결은 결국 유권자가 내릴 것”이라고 풀이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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