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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들 잇단 여의도행…“사법부 신뢰 훼손” “개인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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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들 잇단 여의도행…“사법부 신뢰 훼손” “개인 선택”

입력
2020.01.24 04:4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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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탄희ㆍ최기상ㆍ이수진 등 전ㆍ현직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서 핵심 역할 

 “사법 개혁 동력 상실 따른 선택” 

 “친정서 자산만 갖고 떠나” 갈려 

더불어민주당 영입인재 10호 이탄희(왼쪽에서 두 번째) 전 판사가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이해찬(맨 왼쪽) 민주당 대표 등과 함께 토크콘서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영입인재 10호 이탄희(왼쪽에서 두 번째) 전 판사가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이해찬(맨 왼쪽) 민주당 대표 등과 함께 토크콘서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ㆍ현직 판사들이 ‘금배지’를 위해 대거 여의도행을 택하자 법원 내부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사법개혁 동력 상실에 따른 개인의 선택”이라 보는 이도 있지만 “사법부의 신뢰를 훼손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를 처음 세상에 알린 이탄희 전 판사와 사태 당시 전국법관대표회의 의장을 맡았던 최기상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 양승태 사법부의 ‘일제 강제징용 판결 고의지연’ 의혹을 제기한 이수진 수원지법 부장판사 등이 이미 특정 정당에 입당했거나 입당을 앞두고 있다.

다들 사법행정권 남용에 불을 댕겼거나 진행과정에서 핵심적인 목소리를 냈던 이들이다. 판사가 법복을 벗고 정치권에 입성하는 경우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이번처럼 여러 명이 무더기로 여의도로 떠난 건 이례적이다.

법조계에선 지지부진한 사법개혁이 이들을 국회로 떠민 게 아니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가 불거진 이후 사법개혁을 외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발의된 법원조직법 개정안은 50여 개에 달한다. 그러나 그 중 법원이 최우선 과제로 제시한 △법원행정처 폐지 및 사법행정위원회 설치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도 폐지는 국회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한 현직 판사는 “판사들이 구성원들을 탄핵해야 한다고 의결할 정도로 개혁의지를 보였는데도 정부와 국회는 손을 놓아버렸다”며 “내부적으로도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토로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 법관에게 쏟아지는 회의적 시선과 사회적 지탄을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란 해석도 있다.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지난 1년은 동료를 지탄했던 이들도, 지탄을 받은 이들에게도 힘든 시간이었다”며 “어디서 개혁을 외치든 그 순수성만 잃지 않는다면 충분히 응원할 만하다”고 말했다. 법관 또한 직업선택의 자유가 있는 만큼 ‘국회’라 해서 무작정 비난하는 것 또한 삼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반면 최소한의 냉각기 없이 곧장 정계진출을 택한 것에 대해선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법관의 정치적 중립성은 공정하고 투명한 재판을 위한 기본 원칙인데, 법복을 벗자마자 특정 성향 정당에 소속될 경우 지금까지 내린 판결의 순수성을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오늘까지는 중립, 내일부터 좌 또는 우측 성향을 보인다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 않겠느냐”며 “법복을 벗으며 마지막에 보인 성향 때문에 직전 판단들이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은 사람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사법부 신뢰를 위해서라도 유예기간을 가지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로 인한 상처가 아물지 않았는데 당시 쌓은 이미지와 명성을 토대로 정계에 진출하는 것에 대해서도 “친정에 부채는 두고 자산만 갖고 떠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복을 벗은 지 며칠 되지 않은 ‘정치 초보’ 판사들이 정계에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도 있다. 지방법원의 또 다른 부장판사는 “개혁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정치적 입지를 넓히기 위한 명분으로만 삼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앞서 진출한 판사들도 결국 제 살길 찾기 바쁠 뿐 법원을 위해 한 게 뭐가 있느냐”고 비판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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