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직원, 동생 잃은 승객에 “마지막 비행 함께해 영광” 위로
해당 직원 “해야 할 일 했을뿐…글 남겨주셔서 감사”
“두 달 전 저를 펑펑 울린 한 항공사가 있어요.”
22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올라온 미담이 이틀 동안 화제가 되고 있다. 게시물 조회수가 23일 11시 기준 13만에 육박하는 등 등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글쓴이 A씨는 두 달 전 베트남 다낭에서 세상을 떠난 동생의 유골함을 들고 귀국하기 위해 이스타항공을 이용했다. A씨에 따르면 그가 비행기를 탑승하는 과정에서 이스타항공 직원들이 옆 좌석을 비워두고 따뜻하게 말을 건네는 등 배려심을 보였다.
A씨는 “(티켓팅 때) 유골함과 함께 탈 예정이라고 했더니 한 여성분(직원)이 오시더니 연락을 미리 받았다면서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갈 수 있게 두 자리를 준비하겠다고 하셨다”며 “동생을 계속 품 안에 안고 있어야 하는지라 사실 걱정했는데 너무나 감사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순조로웠던 티켓팅과는 달리 베트남 공항 직원들이 진행한 출국심사와 보안검사에서는 불쾌함의 연속이었다. 그는 “동생의 유골함을 검색대에 통과시키는데 직원들이 그걸 한참 구경했다”며 “방부처리 및 사망신고서 등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걸 받는 직원은 벌레 만지는 것 마냥 두 손가락으로 겨우 집어서 받았고, 다른 직원들과 돌려가며 구경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말 악이라도 지르고 싶었지만, 괜히 동생에게 좋을 것도 없겠다 싶어 눈물을 겨우 참고 동생을 더 꼭 끌어안고 게이트까지 왔다”고 덧붙였다.
A씨는 분노했던 마음을 이스타항공 직원들에게 위로 받을 수 있었다. 그는 “한국으로 (관광 왔다가) 돌아가는 어머님들이 많아 시끌벅적 해 비행기에 덜 혼잡할 때 타려고 마음먹고 있었다”며 “한 직원이 다가와서 ‘동생분과 함께 가시냐. 먼저 체크인 도와드리겠다’고 해 감사한 마음으로 먼저 체크인 했다”고 말했다.
A씨는 체크인을 마치고 비행기 쪽으로 이동하면서 자신을 에스코트해 준 직원과 몇 마디 대화를 주고받았다. 앞서 A씨의 비행기 티켓 발권을 도와줬던 현지 한국인 직원이었다. A씨에 따르면 해당 직원은 그에게 “모든 크루원(승무원)들에게 이야기는 해뒀다. 불편하신 사항은 언제든지 말씀해주시고, 동생분의 마지막 비행을 저희 이스타항공이 함께 할 수 있어서 매우 영광이다”라고 말을 건넸다. A씨가 이 글을 쓰게 된 결정적 이유였다.
그는 “너무나 감사했다.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보안검색을 통과할 때 느꼈던 그 모든 설움이 녹아지는 듯한 기분이었다”며 “정말 비행기를 좋아하던 동생이었던터라 저 말에 참 많이도 울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해당 직원은 A씨를 비행기 좌석 앞까지 에스코트를 한 뒤 다시 한 번 승무원들에게 A씨의 편의를 봐달라고 부탁한 뒤 자리를 떴다. 이스타항공 측은 A씨를 위해 양 옆 좌석을 모두 비워주는 편의를 제공하기도 했다.
A씨는 해당 항공편 관계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 그는 “감사 인사가 많이 늦었다.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는데, 그 힘든 마음을 함께 위로해주셔서 힘을 얻고 목 놓아 기다리시던 부모님 품 안에 동생을 안겨 드릴 수 있었다. 너무나 감사하다”며 “동생과 함께하는 처음이자 마지막인 비행. 그리고 동생의 마지막 비행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너무나 감사하다. 비행기를 이용할 때면 이스타항공 꼭 잊지 않겠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이스타항공 측은 규정에는 없지만, 재량을 발휘해 A씨 주변 좌석을 비워두는 등 편의를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고 배려심을 보인 다낭 현지 직원은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이날 “승객 분이 많이 슬퍼 보여서 좀 더 신경을 썼다”면서도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는데 이렇게 글을 남겨주셔서 감사하다”고 밝혔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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