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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국내 대학원이 외면받는 이유

입력
2020.01.28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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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현실이 열악해도 졸업 후에 진로가 보장된다면 우수한 인재들이 대학원의 문을 두드릴 것이지만 강사법 개정 후에도 국내 박사들의 현실은 개선되지 않았고 여전히 많은 인재가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아무리 현실이 열악해도 졸업 후에 진로가 보장된다면 우수한 인재들이 대학원의 문을 두드릴 것이지만 강사법 개정 후에도 국내 박사들의 현실은 개선되지 않았고 여전히 많은 인재가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청년들의 취업난이 계속되면서 국내 대학원들이 타격을 받고 있다. 4월이면 가을학기 신입생 모집이 시작되는데 대학원 입시 담당자의 대부분은 이번에도 정상적으로 정원을 채울 수 있을까 걱정하게 될 것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학원 정원을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해 학과나 전공별로 신경전을 펼쳤었는데 이제는 카이스트 등 특수한 대학을 제외하고는 대학원 전체로 보면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형편에 처하게 됐다. 세칭 일류대학의 인기가 있는 단과대학의 경우에도 경쟁률이 과거에 비해 한참 떨어졌다.

국내 대학들이 일본, 중국, 싱가포르, 홍콩의 대학에도 밀리고 있는 상황이라 국내 대학원의 추락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기는 하나 그래도 대학입시가 여전히 치열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현재 국내 대학원의 모습은 상당히 아쉬울 수밖에 없다. 이렇게 국내 대학원의 인기가 급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전술한 바와 같이 심각한 취업난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면 웬만한 일자리가 보장되던 기성세대와는 달리 요즘 대학생들은 다양한 스펙을 쌓고 수십 개의 원서를 작성해도 원하는 직장에 취업하기 쉽지 않다. 대학원에 진학해서 학위를 취득한다고 해도 취업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고 어쩌면 취업이 더 어려울 수도 있기에 취업할 기회가 있다면 우선적으로 취업을 시도하는 경향이 증가한 것이다. 취업을 하지 못해 시간을 벌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하는 경우도 대학원 진학에 따른 경제적 부담이 있기 때문에 그다지 많다고 볼 수는 없다. 필자가 재직하는 학부에서도 졸업 후에 대학원으로 바로 진학하는 학생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여전히 해외학위를 우대하는 분위기가 남아 있기에 학문에 뜻이 있는 일부 학생도 여건이 허락하면 해외의 대학으로 유학을 가려고 한다. 영어로 강의를 해야 하고 국제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해야 제대로 대접을 받는 풍토 속에서는 아무래도 국내 학위가 선호되기 어렵다.

국내 대학원의 열악한 현실도 대학원 진학을 가로 막는 주요 장애요인이다. 한 때 화제가 됐던 ‘슬픈 대학원생들의 초상’이라는 웹툰의 내용을 보면 교수의 폭행과 욕설, 논문을 도둑맞은 대학원생, 불이익이 무서워 숨겨진 대학원 성희롱, 인간적인 대우를 받지 못하는 조교, 교수의 주머니를 배불리는 눈먼 연구비, 세습되는 대학원 똥군기 등 국내 대학원 학생들이 겪는 다양한 고초들이 적나라하게 나온다. 물론 국내 대학원의 일부에서 나타나는 문제일 수도 있으나 국내 대학원생들의 현실이 상당히 슬픈 것은 사실이다.

일단 대학원생들을 위한 투자가 상당히 부족하다. BK 사업 등 대학원생 지원을 위한 제도가 있지만 여전히 대학원생들의 학비나 생활비를 지원할 수 있는 장학금이나 연구비가 충분치 않다. 이공계 대학원은 그나마 형편이 괜찮지만 인문이나 사회 계열로 오면 대학원생을 위한 재원이 대폭 축소된다. 대학이나 교수들이 상대적으로 대학원 교육을 등한시하는 것도 문제다. 대학원 커리큘럼이 노후화되어 시대와 환경의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이론 중심의 교육에 치우쳐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실천적인 능력을 함양하는데 한계가 있다. 학과나 전공의 벽이 높아 융합적인 연구나 교육을 제공하기도 어렵다. 대학원생들의 생활을 지원하고 권익을 보호하는 프로세스도 여전히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무리 현실이 열악해도 졸업 후에 진로가 보장된다면 우수한 인재들이 대학원의 문을 두드릴 것이지만 강사법 개정 후에도 국내 박사들의 현실은 개선되지 않았고 여전히 많은 인재가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더 이상 국내 대학원의 문제를 외면해서는 국가의 미래가 없다. 실제적으로 고사 직전에 있는 국내 대학원을 살리기 위한 대학 안팎의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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