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설 명절을 맞아 국가를 위해 헌신한 유공자, 사회적 배려계층 등 각계 1만4,000여 명에게 선물을 보내기로 했다고 청와대가 10일 밝혔다.선물은 전북 전주의 이강주, 강원 양양의 한과, 경남 김해의 떡국떡 등 지역 특산물 3종으로 구성됐다. 청와대 제공

정치인들의 선물에는 늘 메시지가 담기게 마련이다. 사람들이 한 데 모이고 그곳에서 민심이 형성되는 명절을 위해 고른 선물은 특히 그렇다. 대통령의 명절 선물이 뭔지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의 명절 선물은 여야 정치인 뿐 아니라 소외된 계층, 공무원, 의인 등 국민들에게까지 전달되기 때문에 품목 하나하나에 함의가 있다.

대통령에 가려 크게 조명 받지 못하지만 여야 지도부들의 명절 선물에도 대부분 철학과 메시지가 담겨 있다. 물론 선물의 대상이 일반 국민이 아니라 소속 의원과 당직자 등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지만 허투루 고르는 선물은 없다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의견이다.

세월호 참사ㆍ사드 배치 논란 등 사회적 분위기 안배한 선물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이던 2016년 추석 선물로 경북 성주 참외를 골랐다. 당시 추 대표는 소속 의원과 원외위원장, 야당의 주요 당직의원 등 600여명에게 성주 참외 한 박스씩을 돌렸다. 당시 추 대표가 성주 참외를 명절 선물로 고른 건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성주 지역을 배려하기 위해서였다. 추석을 앞두고 ‘성주ㆍ김천투쟁위원회’ 관계자들을 만나 지역 상황과 고충을 듣는 자리에서 추 대표는 성주 참외를 추석 선물로 고르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2014년 가을 여야 지도부는 크게 대립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두고 의견이 갈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견이 일치한 지점도 있었다. 바로 추석 선물이었다.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는 세월호 참사로 지역경제가 어려워진 전남 진도 지역을 위해 진도산 전복을 돌렸다. 박영선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도 진도산 건어물에 더해, 세월호 참사 피해 학생들의 학교가 있던 경기 안산 지역의 특산물을 추석 선물로 골랐다.

민생ㆍ실용 강조하는 이해찬… 고향 고추장 즐겨 찾는 정동영

각 당 지도부 마다 즐겨 찾는 선물도 따로 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정치 입문 이후부터 명절 때마다 고추장을 선물하기로 유명하다. 고향인 전북 순창이 고추장으로 유명한 곳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최고위원이던 2010년 설과 2011년 추석에 부인이 직접 담금 홈메이드 고추장을 동료 의원들과 지인들에게 직접 돌렸다. 그러던 정 대표가 2018년 추석과 지난해 설에 고추장이 아닌 식료품 세트와 가래떡을 선물로 돌리자, 주변에선 의아해 했다는 후문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경우는 민생ㆍ실용파로 알려졌다. 자신이 메시지를 입힌 선물을 고르기 보단 선물을 받을 상대방이 실 생활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품목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지난해 설에는 참기름과 들기름 세트를 당직자들에게 선물했다. 물론 평소 즐기는 술을 선물하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2018년 추석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 정상회담 특별수행단으로 참여한 이 대표가 평양에서 직접 공수한 ‘류경술’을 소속 의원들에게 보낸 적도 있다.

총선 있는 해에는 단합 메시지? 오히려 구설수 없는 선물 선호!

정치권의 ‘빅 이벤트’인 총선이 있는 해에 각 당 지도부들은 어떤 선물을 보낼까. 총선 승리를 위한 특별 메시지가 있는 선물을 보낸다거나, 단합을 상징하는 선물을 보낼 것이라는 예상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오히려 ‘거사’를 앞두고 괜한 구설수를 만들면 안 된다는 판단이 선물에도 반영되는 것 같다.

20대 총선을 앞둔 2016년 설 명절 당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전통시장 활성화 명목으로 온누리 상품권을 명절 선물로 골랐다. 당시 민주당 지도부도 명절 선물에 특별한 의미부여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종걸 당시 원내대표는 소속 의원들에게 전남 함평 한우를 선물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원내대표로서 첫 명절 선물로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함이었다고 선택 이유를 설명했다.

21대 총선을 앞둔 이번 설에도 여야는 설 선물에 특별한 메시지를 담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경우 고추장과 굴비를 당직자들에게 선물했고,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의원들에겐 육포를, 사무처 직원들에겐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상품권을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한국당의 경우, 번지수를 잘못 찾아간 ‘육포’ 때문에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한채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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