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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와 대화? 어렵지 않아요” 명절 맞이 3분 속성 신조어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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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와 대화? 어렵지 않아요” 명절 맞이 3분 속성 신조어 강의

입력
2020.01.2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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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출하는 조카가 옷 고민한다면 “꾸안꾸 어때?” 

 세뱃돈 두둑이 줬다면 “플렉스 해버렸지 뭐야~” 

 말 안 통한다며 걱정보단 교감 시도해보면 어떨까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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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조카가 ‘Z세대’라는데 말야, 요즘 말이 안 통하더라?”

Z세대. 주로 1990년 중반에서 2000년 중반에 태어난 세대로 정의하죠? 올해 중학생부터 성인이 된지 얼마 되지 않은 이들까지가 해당하는데요. 그런 Z세대와 다른 세대 사이에서는 종종 말 그대로 ‘말’이 안 통할 수 있습니다. 가치관의 문제라면 조금 복잡해지겠지만, 온라인 등에서 그들만의 신조어를 만들어 쓰는 문화가 또 다른 이유가 될 수도 있죠.

이 신조어들은 최근 트렌드를 반영해 아주 빠른 속도로 바뀌는데요. 가만 들여다보면 그들의 특성과 속내가 읽히기도 합니다. 단순 재미 외에도 유대감을 주는 은어로 쓰이거든요. 다가오는 설 명절, 조카와 소통하고 싶으시다고요? 걱정 마세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인기를 얻었던 신조어 중 엄선한 표현들로 명절에 바로 실전 적용할 수 있도록 도와드릴게요.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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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걸 다 줄여서 만든 ‘꾸안꾸’ㆍ‘자낳괴’ㆍ‘오놀아놈’…. 

사실 의외로 대다수 Z세대 신조어의 조어법은 간단한 편입니다. 우리말 문장을 앞머리만 따서 줄인 단어가 대부분인데요. 다만 너무 줄여서 원래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울 뿐입니다. 그런 신조어들을 보고 ‘별걸 다 줄인다’고 생각하셨나요? 이것마저도 ‘별다줄’로 줄여 쓴답니다. 이런 종류의 신조어들을 먼저 살펴볼까요?

먼저 ‘꾸안꾸’는 ‘꾸민 듯 안 꾸민 듯’이라는 뜻인데요. 차림새에 너무 신경 쓴 것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멋스러운 스타일을 일컫는 말입니다. 연휴 중 친구를 만나러 가는 조카가 옷차림을 고민한다면 “오늘은 꾸안꾸로 가자”라고 조언해줄 수 있겠죠? 만약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의견을 물어본다면 “할많하않”이라고 답해보세요.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의 줄임말로 불편한 심기를 조금은 장난스럽게 드러낼 수 있는 표현입니다.

혹시 조카가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한다면 “너 혼코노 해봤어?”라고 운을 띄워보는 건 어떨까요? 혼코노는 ‘혼자 코인 노래방’을 줄인 것인데요. 코인 노래방은 저렴하게 짧은 시간에도 노래를 부르고 나올 수 있어 10대에 특히 인기가 많죠. 여기서 당연하다거나 자주 간다는 답변이 나온다면 “오놀아놈”이라 대꾸해보면 어떨까요? ‘오우, 놀 줄 아는 놈인가’의 줄임말로 감탄의 표현입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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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재미없는 개그를 할 때 조카가 “뭐야, 갑분싸”라고 하는 걸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이건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졌다’는 의미로 썰렁한 농담 또는 흐름에 맞지 않는 이야기로 분위기를 망친 경우 씁니다. 갑분싸를 외치던 조카가 세뱃돈을 받으려 재미없는 개그에 박장대소를 한다면 “언제 자낳괴가 된 거니”라고 걱정해줄 수 있습니다. 자낳괴는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의 줄임말로 돈을 위해 정체성과 신념을 바꾸는 사람을 뜻하죠. 물론 농담으로 써야겠죠?

자, 이제 다같이 밥을 먹은 후 커피를 마시려고 합니다. 놀러 온 조카가 “여기 스세권이야?”라고 묻는다면 ‘근처에 스타벅스 커피점이 있냐’는 의미입니다. ‘스타벅스 + ~세권’의 합성어인데요. 응용 표현으로는 슬리퍼로 갈 수 있는 거리를 뜻하는 ‘슬세권’, 맥도날드가 가까운 ‘맥세권’ 등이 있습니다. 도착해서 조카가 어떤 메뉴를 주문하겠느냐고 묻는다면 “난 얼죽아야”라고 답할 어른들도 많을 겁니다. 이건 ‘얼어 죽어도 아이스 음료’의 줄임말입니다. 아무리 추워도 찬 음료를 선호하는 사람을 뜻하죠. 응용표현으로는 아무리 추워도 코트를 선호하는 ‘얼죽코’가, 반대표현으로는 쪄죽어도 따뜻한 음료를 마시는 ‘쪄죽따’가 있겠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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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어 ‘핑프’ㆍ’플렉스’ㆍ’스라밸’ 등등…끝없는 신조어 세계 

이런 신조어에 외국어가 가미되면 더욱 의미를 알기 어려울 수 있는데요. 좀더 함께 살펴볼까요? 인터넷에 검색하면 금방 나오는 것을 계속 물어본다면 아마 곧 조카가 “핑프야?”라고 쏘아붙일 수도 있습니다. ‘핑거(Finger) 프린세스(Princess)ㆍ프린스(Prince)’의 줄임말인데요. 주로 본인이 검색해보지 않고 남에게 간단한 것을 물어볼 때 ‘손가락이 공주나 왕자같다’라는 의미를 담아 씁니다. 마치 공주나 왕자처럼 직접 움직이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게 심부름을 시키는 것처럼요. 이른바 ‘손가락 하나 까딱 안 한다’는 비난의 의도로도 쓰이죠.

조카가 세뱃돈으로 갖고 싶어했던 물건을 사고는 “플렉스(Flex) 해버렸지 뭐야”라고 말하던가요? 이것은 조카에게 세뱃돈을 두둑이 줬을 때도 적용할 수 있는 표현입니다. 플렉스는 ‘구부리다, 몸에 힘을 주다’는 사전적 의미가 힙합계에서 ‘재력 등을 뽐내다’는 뜻으로 확대되면서 유행하고 있는 단어입니다. 여기서 “TMI야”라고 대꾸하기 보다는 부러워해주는 게 좋겠죠? TMI는 쓸데없이 과도한 정보라는 뜻의 영문 표현 ‘Too Much Information’의 줄임말로 이 또한 많이 쓰입니다.

또한 ‘법(法)’과 ‘블레스유(Bless you)’를 합성해 ‘법이 아니었으면 당신을 가만두지 않았을 텐데 축복받은 줄 알라’는 뜻을 담은 ‘법블레스유’, ‘워라밸’의 학생 버전인 ‘스라밸(Study and Life Balance), 월급과 프랑스 추리소설의 괴도 ’루팡(Lupin)‘을 더해 ‘하는 일 없이 월급만 축내는 사람’이라는 뜻의 ’월급루팡(줄여서 월루)‘ 등도 있죠. ’사(4)‘귀기 전에 썸을 타는 것을 일컫는 ’삼(3)귀다‘, 눈물을 글자 그대로 뒤집어 쓰는 ’롬곡‘ 등 기발한 방식의 표현도 많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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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Z세대 신조어의 세계는 아주 넓은데요. 조금은 가벼워 보여 언어 파괴 등을 우려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빠르게 변하는 만큼 살아남는 표현은 극소수죠. Z세대에서 시작됐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도 남는 단어라면 언중에게 자주 쓰이고 사랑 받았기에 선택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신조어를 쓰는 조카를 혼내거나 걱정하기보다는 일단 소통해보는 건 어떨까요? 조카들 또한 이번 명절 신조어로 교감을 시도하는 어른을 만난다면, 실전 사용이 조금은 서툴더라도 핀잔하기보다는 심화 학습을 함께 해보는 건 어떨까 권해봅니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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