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세’ 펭수 덕분에 유튜브에서 다시 소환된 인물, 아니 공룡이 있다. 펭수(2019년)보다 무려 36년이나 앞서 남극에서 넘어온 아기공룡 둘리다. 둘리는 펭수가 주인공인 ‘자이언트펭TV’에 ‘남극유치원 1기 선배’로 등장하더니 “라떼는 빙하 타고 다녔지”라 허세를 부리거나, “호잇!” 손짓 한번에 순간 이동하는 초능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펭수가 둘리를 불러내자 ‘둘리 아빠’ 김수정 작가(69)도 신인 동화작가로 돌아왔다. 2009년 활동 중단 이후 10년 만이다. 1975년 소년한국일보의 신인만화 공모전에서 ‘폭우’로 데뷔한 만화 인생 45년, 새로운 도전에 나선 그를 만나봤다.
김 작가가 이번에 낸 책 ‘모두 어디로 갔을까(전 3권)’는 성장 동화다. 3명의 초등학생 친구들이 거대 도심 숲에서 길을 잃었다가 숲의 정령들을 만나 겪는 모험을 그렸다. 작품을 완성하는데 만 7년이 걸렸다.
김 작가는 ‘동화는 단순하고 쉽다’란 편견을 깨부수고 싶어 공을 들였다고 했다. “동화라고 하면 아이들은 순수하고, 어른들은 못되거나 바보 같다고 하기 마련인데 현실이 과연 그런가요. 아이나 어른이나 인간 군상의 복합적인 내면을 담아내기 위해 고심했죠.”
둘리의 탄생 이야기도 이와 비슷하다. 1983년 4월 만화잡지 보물섬에서 태어난 둘리는 1억년 전 엄마 공룡과 헤어져 온갖 구박을 받으면서도, 굴하지 않고 꾸준히 말썽을 일으키는 천방지축 캐릭터다. 하지만 김 작가는 요즘 유튜브에 떠도는 ‘둘리의 악행 모음’엔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건 너무 어른들 관점”이란 게 김 작가의 생각이다.
어느덧 37살이 된 둘리, 2020년엔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김 작가는 올해 안에 보물섬 연재 만화를 묶어 만화책으로 새로 낼 계획이다. 동시에 2014년 무산된, 둘리가 등장하는 장편 애니매이션인 ‘방부제 소녀들의 지구 대침공’의 시나리오 등을 책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그래도 둘리가 선배인데, 후배 펭수 인기에 힘입어 어부지리 반짝 주목을 끄는 건 원치 않고요.(웃음) 요새 양준일씨가 새롭게 뜨고 있잖아요. 시대가 원하면 둘리도 언젠가는 다시 호출되지 않겠어요? 둘리는 그때를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한설이 PD ssolly@hankookilbo.com
이현경 PD bb8@hankookilbo.com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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