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역산제 사업장만 초과근무 수당 올라… 기업 비용 부담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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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22일 선고한 시간급 통상임금 산정방식 판결의 핵심은 시간급 통상임금을 계산할 때 기준이 되는 총 근로시간을 어떻게 따지느냐다.

시간급 통상임금은 통상임금 총액을 총 근로시간 수로 나눠서 산출한다. 이전까지 판례에선 가산수당이 붙는 연장ㆍ야간근로의 경우 1.5를 곱해 일한 시간을 구했다. 총 근로시간을 ‘기준근로시간+연장ㆍ야간근로시간*1.5’로 계산했다는 얘기다. 연장ㆍ야간근로는 평시 임금 대비 150~200%를 지급하기 때문에 근로시간을 계산할 때도 그만큼 부풀리는 것을 허용해왔다. 예를 들어 기준근로를 8시간, 연장 근로를 3시간 했으면 실제 일한 시간은 11시간이지만 시간급 통상임금 계산에서 총 근로시간은 8+3*1.5의 값인 12.5시간이 된다. 분모인 총 근로시간이 늘어난 만큼 통상임금은 줄어든다.

그런데 대법원은 이날 시간급 통상임금 산정시 기준이 되는 총 근로시간을 실제 일한 시간만큼만 반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그러면서 “기존 판례에 따르면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한 근로는 실제 가치보다 더 적게 산정이 되는 셈”이라며 “연장 및 야간근로에 대해 가산임금을 지급하도록 함으로써 근로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근로기준법의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앞의 경우 총 근로시간은 기존 12.5시간이 아닌, 11시간으로 계산된다. 총 근로시간이 줄었기 때문에 시간급 통상임금은 늘어나게 된다. 이번 판결을 두고 일선 사업장에서 연장ㆍ야간근로 수당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그 여파는 운수업처럼 포괄역산제임금방식을 채택한 사업장에만 해당될 거란 전망이다. 이번 판결의 영향이 제한적일 거란 얘기다. 포괄역산제는 연장ㆍ야간ㆍ휴일수당 등을 포함해 임금을 결정하고 이에 따라 매월 고정 임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시간급 통상임금이 얼마인지 모르는 운수업종 등 포괄역산제를 많이 시행하는 중소ㆍ영세 업종에선 이와 비슷한 소송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동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중앙법률원 부원장은 “실제 근무한 시간이 임금 책정 기준이 돼야 한다는 건 당연한 원칙”이라고 평했다. 고용노동부 고위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은 해당 소송 당사자에만 해당된다”면서도 “법원 판결은 제도를 개선할 때 참고자료가 되기 때문에 향후 통상임금 산정방식을 어떻게 해야 할지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이 시간당 통상임금을 산정할 때 실제 근로시간을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하면서 재계에서는 통상임금 ‘공포’가 또 다시 확산되고 있다. 기존에 포함되지 않던 고정적인 연장ㆍ야근수당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 관련 소송이 이어질 수 있어서다.

재계는 이번 대법원 판결로 대기업보다 중소ㆍ중견기업에 더 큰 영향이 미친다고 보고 있다. 중소ㆍ중견기업에서 임금 체계 개편이 더디게 진행 중이고, 노사 간 합의 사항이 세밀하지 않아 혼선을 빚을 수 있다는 의미다.

정조원 한국경제연구원 고용창출팀장은 “얼마나 많은 기업이 단체협약에서 연장ㆍ야근수당에 대한 합의를 이뤘는지는 파악이 어려워 이번 판결에 대한 정확한 파장을 예측하기 어렵다”면서 “다만 관련 합의가 있는 노조의 경우 기업에 통상임금 인상을 위한 소송이나 다른 움직임을 취할 것이고, 기업 입장에서는 이에 따른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종=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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