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에서 형량을 감형받은 이중근 부영 회장의 재판에서 ‘준법감시실’ 신설 등이 양형에 반영됨에 따라 비슷한 상황에 놓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이런 이유도 감형을 받을 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 회장을 감형한 고법 재판부가 바로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부이기 때문이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정준영)는 22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1억원을 선고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2년6월에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를 설명하면서 이 회장이 2018년 5월 신설한 준법감시실 등을 유리한 요소로 들었다. “최고경영진이 그들의 사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계열사들을 상대로 횡령, 배임 등을 저지르는 것을 방지하려 준법감시실을 신설하고, 준법감시의 정도를 보다 강화하기 위해 외부인으로서 독자적으로 이 사건 기업집단의 준법감시 업무를 수행할 ‘준법감시인’과 위임계약을 체결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본 것이다.
서울고법 형사1부의 이날 판결은 현재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인 이 부회장의 형량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정 부장판사는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에서 “이 사건은 삼성그룹 총수와 최고위직 임원들이 계획하고 가담한 횡령 및 뇌물범죄”라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기업 내부 준법감시인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판부의 주문에 따라 이 부회장은 지난 9일 김지형 전 대법관을 필두로 한 준법감시위원회를 꾸려 내달 공식 출범하겠다고 발표했다. 같은 재판부가 준법감시 기능을 실제 양형에 반영함에 따라, 이 부회장 재판에서도 이것이 양형 요소에 들어갈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셈이다.
그러나 재판부가 준법감시제도 도입을 양형에 반영하는 것에 대해 법조계 내부적으로도 의견이 엇갈린다. 처벌보다 화해에 초점을 맞추는 ‘회복적 사법’의 일환이라며 긍정적인 평가도 나오지만, 개인이 저지른 범죄를 심리하면서 기업차원의 대책 강구를 양형에 반영하는 게 맞느냐는 반론도 있다.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에서 검찰 또한 “재벌체제를 막는 혁신 없이 준법감시제도만 도입하면 실효성의 한계가 있다”며 “이것이 회복적 사법의 대상인지도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가 “제도가 실효적으로 운영돼야 양형조건으로 고려될 수 있다”며 재판부, 특검, 피고인 측에서 추천한 3인으로 구성된 ‘전문심리위원단’을 구성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심리기간이 짧은 파기환송심의 특성상 제대로 운영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 현직 부장판사는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은 좋지만, 이번 사건에서 이 시도가 적절한 지는 매우 의문이 든다”며 “형사사건에서는 재발방지도 중요하지만 엄하게 처벌하는 것도 중요한데 지나치게 ‘회복’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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