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문 정부는 “투기와 전쟁”… 역대 정부 최고 부동산정책은?

알림

문 정부는 “투기와 전쟁”… 역대 정부 최고 부동산정책은?

입력
2020.01.24 10:00
0 0

정권마다 냉탕, 온탕 오가… “중장기 예측 가능 정책이 최선”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올해 첫 국무회의에 앞서 신년사를 발표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올해 첫 국무회의에 앞서 신년사를 발표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겠다.” (1월 7일 문재인 대통령 신년사)

“보다 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끝없이 내놓겠다.” (1월 14일 문재인 대통령 신년기자회견)

“세금뿐 아니라 대출규제, 거래질서 확립, 더 나아가 전세와 공급 대책까지 모든 정책을 정부는 준비하고 있다.” (1월 15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부동산 매매 허가제까지 도입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에 정부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 (1월 15일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주요 인사들이 새해 들어 연일 부동산 관련 초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역대 최강’ 규제로 꼽히는 12ㆍ16 대책을 내놓은 지 한 달도 안 돼 더 강도 높은 대책을 낼 수 있음을 시사한 언급으로 해석된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후 내놓은 18번의 부동산 대책은 3기 신도시 공급계획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뜨거운 집값 열기를 식히려는 ‘냉탕’ 대책이었다. 그럼에도 집값 하락세가 뚜렷하지 않자 정부가 19번째 냉탕 대책을 예고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규제 일변도 정책이 단기간 집값은 묶을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시장을 왜곡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역대 정부별 부동산대책을 봐도 고강도 규제나 부양책을 담은 냉탕 또는 온탕 일변도 정책은 역효과를 본 경우가 많았다는 게 중론이다.

◇부동산 규제 시작한 박정희 정부… 일관성 없던 전두환 정부

부동산 시장에 정부가 처음 개입하기 시작한 것은 박정희 정권 때인 1967년 ‘부동산 투기억제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통해서다. 토지를 양도한 자에게 그로 인한 차익에 세금을 부과하게 한 일종의 양도소득세였다.

박정희 정부는 고성장기에 제3한강교(현 한남대교), 경부고속도로 개통, 영동 신시가지 개발 등 잇단 인프라 개발로 일명 ‘복부인’들의 투기가 극성을 부리자 부동산 투기억제 특별조치법과 토지거래허가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이런 정부의 규제에 결국 시장은 폭락기에 들어선다.

전두환 정부는 임기 동안 일관성 없는 냉ㆍ온탕 정책을 둘 다 펼쳤다. 정권 초기에는 양도세 인하를 포함한 규제 완화와 서울 목동 신시가지 등 택지개발 사업 등 대대적인 부양책을 썼다. 하지만 2년 만에 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이자 다시 투기억제 카드가 나왔다. 투기과열지구 지정, 채권입찰제 등이 이때 나왔다.

노태우 정부 들어서는 주택 200만가구 공급 정책을 내놨다. 투기 수요는 잡았지만 건자재 값 급등, 인건비 상승으로 물가가 오르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그 후유증으로 김영삼 정부 들어서는 신도시급 주택 공급을 거의 중단해 주택시장 안정의 기회를 놓치는 우를 범했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외환위기 후 경기부양을 위해 전방위적 규제 완화가 이뤄진다. 양도세 감면, 분양가 자율화, 분양가 전매허용, 채권입찰제 폐지 등의 당근책을 내놓으면서 건설경기는 다시 호황을 맞이했다.

극명한 냉탕과 온탕 대책이 다시 부각된 건 노무현 정부 이후다. 김대중 정부 시절 상승한 부동산 값은 노무현 정부 초기 다양한 억제책에도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이에 3주택자 양도세 중과, 투기지역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강화, 재건축개발이익 환수제 등이 시행됐다.

반면 이명박 정부에선 부작용을 우려해 다시 완화책을 폈다. 종부세, 투기지역 완화 등의 대책이 나오면서 시장이 다소 정상궤도로 접어들었다.

박근혜 정부는 대선공약에서부터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내세우며 세제, 금융, 재건축 등 전 분야에 걸쳐 규제를 풀고 강력한 부양책을 폈다. 하지만 가계부채 급증과 공급과잉 문제가 불거지면서 뒤늦게 전매제한, 청약자격 강화 등의 규제 카드를 꺼내 들면서 지역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졌다.

◇냉ㆍ온탕 반복에 국민들만 골탕

결국 박정희 정부 이후 장장 50여년 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부동산 정책은 극단적 규제와 극단적 부양책을 주기적으로 오간 셈이다. 한마디로 지금까지의 부동산 정책은 ‘규제 강화→규제 완화→규제 강화’가 반복되면서 중장기적 정책 기조는 실종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과거 정부 사례를 보더라도 초강도 규제는 일시적인 집값 안정화는 가능할 지 몰라도 결국 시장만 왜곡시키게 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까지 문재인 정부의 정책 역시 과거 정부의 패턴을 따랐다. 보유세 강화와 대출 규제 등을 통해 투기 의지를 꺾으면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고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게 정부의 예상이었다. 또 재건축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규제하면 투기 수요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시장은 정부의 의도와 정반대로 움직였다. 세금 강화에도 매물은 나오지 않고 재건축 규제로 새 아파트가 귀해지면서 달아오른 분양 시장이 기존 주택 가격까지 끌어 올렸다.

전문가들은 극단적인 냉ㆍ온탕 정책 반복은 결국 국민들만 골탕먹을 수밖에 없는 만큼 시장이 예측 가능한 중장기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눈 앞에 벌어지는 상황에 대한 극약처방식 대책은 결국 시장을 왜곡시켜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며 “거시적 로드맵을 짜서 시장이 예측할 수 있는 정책을 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