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선거 교육을 위해 추진 중인 모의선거에 대한 ‘선거법 위반’ 우려가 높아지자, 시교육청이 고등학교 3학년만 빼고 모의선거를 진행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고3 유권자의 역사적인 첫 투표일인 국회의원 총선거가 약 석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학교 현장의 선거 교육은 각종 위법 논란으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2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고3이 시교육청의 모의선거에 참여할 경우, 공직선거법 제86조1항3조를 위반할 가능성이 높다. 해당 조항은 공무원 등이 유권자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하거나 공표를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시교육청의 모의선거, 즉 ‘2020 총선 모의선거 프로젝트 학습’은 서울 40개 초ㆍ중ㆍ고에서 실제 지역구 후보자를 대상으로 공약을 분석한 후 모의투표를 실시, 그 결과를 공표(실제 선거 개표 후 공표)하는데 이 모의투표가 사실상 ‘여론조사’의 성격과 유사하다는 게 선관위 판단이다.
이번 모의선거는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선관위로부터 ‘문제 없다’는 답변을 받았던 사안이다. 모의선거 진행을 위탁 받은 사단법인 징검다리교육공동체 관계자는 “당시에는 특정 후보자에게 유불리한 행위가 없도록 해야 한다는 등의 일반적인 유의 사항 정도만 고지했을 뿐, 해도 된다는 답변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이후 선거 연령을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하향 조정하는 개정 공직선거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변수가 발생했다. 갑자기 학교에도 유권자가 생긴 것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고3 유권자 수는 약 14만명으로 추산된다.
시교육청은 선관위의 위법 우려에,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영철 시교육청 민주시민생활교육과장은 “모의선거 전면 백지화는 과도한 해석”이라며 “고3만 제외하고 시행하는 방안 등 여러 대안을 놓고 선관위와 협의해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시교육청은 조만간 모의선거의 선거법 위반 여부와 관련해 선관위에 공식 질의한다는 방침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모의선거의 주체, 대상,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방식에 따라 선거법 위반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개학을 한 달여 앞두고 학교 현장에서의 선거 교육, 선거 운동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최근 입장문을 내고 “교실이 진영 대결의 장으로 변질될까 우려된다”며 “교육부가 학교 안정과 학생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 및 교사 지도 매뉴얼을 즉각 제시해 달라”고 촉구했다. 서울 금천구의 한 고교 교사 김모(59)씨는 “학교 현장은 아직 준비가 안 됐는데 마음만 앞선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김홍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정책실장은 “모의선거 교육은 일본 등 이미 많은 국가에서 하고 있다”며 “고3 유권자가 생겨난 마당에 오히려 모의선거 교육을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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