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 범위ㆍ美와 합동 작전 여부ㆍ파병 명분 등 日과 달라
일본의 호르무즈해협 파병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이란이 한국의 파병 결정에는 불쾌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한국과 일본 모두 ‘독자적 파병’이라는 형태는 같지만 디테일을 따지면 일본에 비해 한국의 작전이 이란을 자극할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한국과 일본의 작전 해역이 다르다. 호위함 1척과 P-3C 초계기 1대 등 260여명으로 구성된 일본 해상자위대의 작전 반경은 오만만과 아라비아해 북부 해역 등으로 한정돼 있다. 일본이 호르무즈해협 입구에서 멈춰선 반면 청해부대 소속 왕건함은 호르무즈해협도 작전 반경에 포함됐다. 이란이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해양안보구상(IMSCㆍ호르무즈 호위연합) 동참 관련 입장도 미묘하게 다르다. 지난달 일본을 방문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일본이 미국 주도의 해군 임무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한 걸 환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의 대(對)이란 압박 활동에 일본이 직접 동참하지는 않았다는 데 이란도 공감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반면 한국 국방부는 21일 파병 계획을 발표하며 “필요할 경우 IMSC와 협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미국과의 합동 작전 여지를 열어두면서 이란의 반발은 불가피해졌다.
파병 명분이 세련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은 “우리 국민과 선박의 안전”을, 일본은 방위성설치법에 규정된 ‘조사ㆍ연구 활동’을 각각 파병 이유로 내세웠다. 한국이 이란의 군사 위협을 전제한 반면, 일본은 비군사적 목적의 파병이라는 뉘앙스를 살려 이란의 반발 여지를 누그러뜨린 셈이다. 또 일본은 계속해서 독자적 결정을 강조했지만, 한국은 시간을 지연시키다 결국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는 모양새로 추가 파병을 결정했다는 점도 이란을 불쾌하게 만들 수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22일 “일본은 이란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영리하고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며 “호르무즈해협에 직접 들어가는 한국의 경우 이란 또는 이란 추종세력과의 우발적 충돌 가능성에 더 많이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군 일각에선 왕건함의 작전 여건 관련 우려도 제기된다. 왕건함의 작전 해역이 대폭 확대됨에 따라 군수지원함 파견이 급해졌다. 하지만 청해부대 파병 관련 국회 동의안은 구축함 1척, 링스헬기 1대, 병력 320명 이내로 부대 규모를 제한하고 있다. 새로운 국회 동의 절차 없이 군수지원함을 추가 파견할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반면 일본의 경우 헬기 탑재형 호위함 1척을 추가로 보낼 계획이다. 호위함 2척이 임무를 나누겠다는 것으로, 부대원 피로도를 감안한 조치로 해석된다.
정부는 이란의 반발을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고 향후 고위급 소통을 통해 갈등 소지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란 입장에선 (한국의 파병으로)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이란 측을 이해시키기 위해) 많은 설득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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