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세뱃돈 건네 
윗사람이 현금을 봉투에 넣어 아랫사람에게 건네는 한국의 세뱃돈 문화. 한국일보 자료 사진

사업가 홍준의(52)씨는 22일 오후 서울 마포의 한 시중은행 점포를 찾았다. 설 연휴를 앞두고 새 돈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연휴를 사흘이나 앞둔 터라 신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품었지만 점포 앞 공지문을 보고 좌절감을 느끼고 말았다. 여지 없이 실패. 홍씨는 “부모님 용돈, 조카들 세뱃돈 용으로 필요했는데 올해도 못 구했다”라며 “귀성 열차표 구하기만큼이나 어렵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22일 서울 마포의 한 시중은행 지점 입구에 설날 연휴를 앞두고 신권 교환 물량이 소진됐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독자 홍준의씨 제공

‘종이돈 없는 사회’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지만, 매년 설 연휴만은 예외다. 이 시기 시중은행 점포는 빳빳한 새 돈, 신권을 구하기 위한 고객들로 북적거린다. 세뱃돈에 쓸 현금 마련 때문이다.

설 연휴가 시작될 무렵 신권 교환 수요가 몰리기 때문에 은행과 지점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개인당 교환 수량에 제한을 두고 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이번 설 연휴를 앞두고 10일부터 23일까지 제주도 내 금융기관에 총 1,106억원의 화폐를 공급했다고 22일 밝혔다. 이 기간 화폐공급액은 지난해와 비교해 11.6%인 115억원 증가했고, 총 발행액은 12.1%인 156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설 연휴 기간 은행에 고객이 몰리는 건 세뱃돈을 신권으로 주고 싶은 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세뱃돈은 설날 차례를 마친 뒤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세뱃값으로 주는 돈을 말한다. 국립민속박물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세뱃돈과 관련한 기록이 처음 발견된 건 1925년 발간된 ‘해동죽지’(海東竹枝)에서다.

우리나라의 역사ㆍ풍속ㆍ명승ㆍ고적 등에 대한 500여 편의 시를 수록한 이 책에는 아이들이 어른에게 세배하면 ‘세뱃값’을 줬다는 내용이 담겼다. 박물관 측은 “‘동국세시기’ 등 조선 영조 때 기록을 보면 새해 문안을 올리는 ‘문안비(노비)’가 있었다는 기록이 나온다”며 “여성들이 바깥 출입이 어렵다 보니 여자 노비의 옷을 잘 차려 입힌 뒤 대신 세배하러 다니게 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안비’에 대한 기록 때문에 일부에서는 이때부터 세뱃돈을 주지 않았겠나 해서 기원을 더 거슬러 올라가는 견해도 있지만 세뱃돈 용어가 확인되는 것은 ‘해동죽지’”라고 설명했다.

설 명절을 앞둔 21일 오후 광주 서구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에서 한 시민이 신권으로 교환한 뒤 밝게 웃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우리나라의 세뱃돈 풍속은 중국이나 일본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에서는 11세기부터 붉은 봉투에 세뱃돈을 주는 풍습이 있었고, 일본도 17세기부터 세뱃돈 풍습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고 박물관 측은 밝혔다. 개항 이후 일본인과 중국인이 국내에 들어오면서 세뱃돈 풍속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에서 세뱃돈은 윗사람이 덕담과 함께 직접 건네는 것에 의미를 둔다. 반면 중국은 ‘면대면’보다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이용한 세뱃돈 송금이 대세다. 중국에서는 보통 악귀와 불운을 물리친다는 의미를 가진 붉은색 봉투에 세뱃돈을 넣어준다. 이를 ‘홍바오’(紅包)라고 하는데 2015년 중국 모바일 결제 서비스 알리페이와 위챗이 ‘온라인 홍바오’를 선보이면서 세뱃돈 문화도 변화했다. 2018년 시장조사업체 라이트스피드가 1,500명의 아시아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국 소비자 80%가 “위챗으로 세뱃돈을 줄 것”이라고 답했다. 2017년 중국의 설 춘제 전날에는 위챗을 통한 세뱃돈 송금이 142억 건에 달하기도 했다.

홍바오 자료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코리아

일본은 절은 하지 않고 서로 새해 인사만 나눈 뒤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세뱃돈을 준다. 이를 ‘도시다마’(年珠)라고 부르는데 특징은 작게 접은 돈이다. 어른 손바닥 반 만한 크기의 작은 봉투에 세뱃돈을 넣어 건넨다.

몽골은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세뱃돈을 건네는 풍습이 있다.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세배를 하고 ‘하닥’이라는 천에 세뱃돈을 싸서 어른에게 건넨다. 비단천인 하닥은 몽골에서 귀한 손님에게 바치는 선물로 여겨진다.

박민정 기자 mjm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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