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이 대유행 조짐을 보이자 중국과 인적 교류가 많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자국 유입을 막기 위해 공항 등 국경에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의료보건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아 한 번이라도 뚫릴 경우 바이러스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23일 캄보디아 일간 프놈펜포스트에 따르면, 현지 보건부는 프놈펜과 시아누크빌, 시엠레아프 국제공항은 물론, 태국 접경 포이펫, 베트남 접경 바벳과 프렉착 등 주요 국경검문소에 열상 감지기를 설치하고 2,000명의 보건 전문가들을 파견했다.
맘 분흥 보건부 장관은 “우한으로의 여행을 금지했으며 왕국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예방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캄보디아에서는 현재까지 바이러스 확진환자가 보고되지 않았지만 중국 춘제(春節ㆍ설) 연휴 기간 중국인 관광객들이 카지노 이용 목적으로 많이 찾는 만큼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2018년 통계만 봐도 외국인 관광객 680만명 중 중국인이 202만명(32%)이다.
사태 초기부터 국제공항에 열상 감지기를 설치하는 등 발빠른 초동 대처를 한 베트남은 입국자들에 대한 면밀한 검역 외에도 뗏(음력 설) 연휴를 맞아 지역별 대비책 마련에 힘쓰고 있다. 보건부는 각 지방성과 대도시, 주요 병원에 긴급 대응팀을 파견한 상태이다. 베트남은 23일부터 일주일 간 공식 연휴에 돌입했다.
춘제 기간 중국인들이 집중적으로 찾는 싱가포르는 보건부를 중심으로 사회가족개발부, 국가개발부 등이 참여하는 범정부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항공사들의 대응도 눈에 띈다. 스쿠트 항공의 경우 22일부터 바이러스 발원지 우한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출발하는 모든 항공기 탑승객들에 대해 발열검사를 하고 기내 방송, 의심환자 대응 매뉴얼을 갖췄다. 항공사 관계자는 “모든 승객과 승무원에게 손 소독제, 수술용 마스크가 지급된다”며 “비행 중 의심사례 발생에 대비한 살균 절차도 마련했다”고 현지 방송 채널뉴스아시아에 밝혔다.
지금까지 4명의 확진환자가 확인된 태국 역시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태국은 22일 우한을 다녀온 73세 자국 여성이 처음 확진 판정을 받았다. 아누띤 찬위라꾼 태국 보건부장관은 “정부는 상황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서 “(엄격한 관리로) 태국에서는 신종 바이러스의 사람 간 전염은 없다”고 강조했다. 철저한 방역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지만 지난해 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 중국인 비율이 절반을 넘어(58%)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필리핀은 바이러스 감염 의심환자가 5명으로 늘자 공항과 항만에서 고온, 기침, 두통, 호흡곤란 등의 증세를 보이는 승객을 확인하기 위해 공항 검역 수위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인도와 호주 당국도 우한에서 출발한 입국자들에 대한 검역 수위를 대폭 높였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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