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폐렴이 발병하기 시작한 중국 우한의 한커우 기차역에서 직원들이 열감지카메라로 승객들의 발열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우한=EPA 연합뉴스

중국 우한(武漢)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급격히 확산하면서 세계 금융시장도 출렁이고 있다. 무려 1만1,600㎞ 떨어진 미국에서까지 ‘우한 폐렴’ 환자가 나오자 2003년 774명이 목숨을 잃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ㆍ사스) 악몽이 금융시장을 강타한 것이다. 아직 실물경제 위기를 논할 단계는 아니지만 중국 최대 명절 춘제(春節ㆍ설)를 기점으로 확산 속도가 빨라질 경우 투자 심리에 치명타가 될 전망이다.

AP통신은 21일(현지시간) “관망하던 시장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미국에서 확인되자 세계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이날 뉴욕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52.06포인트(0.52%) 내린 29,196.04에 마감됐다. 대형주 위주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기술주 중심인 나스닥 지수도 각각 0.27%, 0.19% 하락했다. 여파는 우한 폐렴 환자가 나오지 않은 유럽 증시에도 일부 미쳤다. 특히 중국시장 매출 비중이 큰 명품업체가 하락세를 보였는데 대표 명품브랜드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주가는 1.1%나 떨어졌다.

물론 지나친 비관론은 기우라는 견해도 있다. 단적으로 사스 사례를 보면 그렇다. 로이터통신은 “당시 중국 정부가 사스 발병을 공식화한 이후 중국 증시가 세계 증시 경향과 다르게 움직이는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을 겪었지만 6개월 만에 하락분을 회복했다”고 전했다.

우한 폐렴이 사스보다 치사율이 낮은 점도 피해 확산 가능성을 반박하는 근거이다. ING 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로버트 카넬은 “사스가 무서웠던 건 높은 사망률 때문”이라며 “사람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는 등 일종의 ‘예방 행동’을 한 탓에 시장이 위축되면서 경제에 간접적인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사스 치사율은 9.6%인데 반해 우한 폐렴은 현재 2.0% 안팎이다.

그럼에도 우려는 남아있다. 관건은 중국 당국이 25일 전후로 연인원 30억명이 대이동하는 ‘춘제 리스크’를 얼마나 방어하느냐이다. 우한 폐렴이 세계적 대유행을 의미하는 ‘팬데믹(Pandemic)’ 단계에까지 진입하면 글로벌 경제가 입을 타격은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관광산업을 포함한 실질적인 소매판매가 급감하면서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0.1% 감소한 것으로 알려진 사스 사태와 같은 상황이 되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종화 고려대 교수 등의 연구에 따르면 사스로 인한 세계경제 손실 규모는 400억달러(약 46조5,840억원)로 추산된다. 17년 전보다 중국 경제의 영향력이 비교도 안될 만큼 커진 현실에 비춰볼 때 우한 폐렴의 충격파가 훨씬 강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이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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