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장 재직 당시 채용 과정에 불법을 저지른 혐의로 1년 넘게 재판을 받아온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1심에서 유죄가 인정돼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하지만 작년 말 이사회가 연임을 결정하며 조건으로 내건 ‘법정구속’은 피해, 사실상 연임을 확정해 준 선고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22일 서울동부지법 형사11부(부장 손주철)는 2013~2016년 사이 채용 과정에서 신한은행 임원ㆍ부서장, 거래처 고위직 자녀 등 지원자 154명의 서류ㆍ면접 점수를 조작하고 합격자 성비도 3:1로 맞춘 혐의(업무방해ㆍ남녀고용평등법)로 불구속 기소된 조 회장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그간 채용비리와 무관함을 주장해 온 조 회장에 대해 “특정 지원자의 지원사실을 인사부에 알린 것은 해당자를 합격시키라는 명시적 지시가 아니라도 인사부의 채용 적정성을 해치기 충분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은행의 최고 책임자로서 채용 체계를 무너뜨린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강조했다.
다만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에는 “여성에게 불리한 기준을 일관되게 적용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집행유예를 선고한 이유에 대해선 “특정 지원자의 지원 사실을 인사부에 알린 행위로 인해 다른 지원자가 불이익을 당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함께 기소된 윤모 전 인사담당 부행장과 이모 전 인사부장도 각각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조 회장은 선고 후 “결과가 좀 아쉽지만 항소를 통해 다시 법의 심판을 받겠다”며 “동고동락했던 후배 직원들이 아픔을 겪게 돼 마음이 무겁다”고 심경을 밝혔다.
조 회장의 집행유예로 신한금융은 다소나마 법률 리스크를 해소하고 본격적인 ‘조용병 2기 체제’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 이사회는 이미 지난해 말 조 회장 연임을 결정하면서 법정구속이 되지 않을 경우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연임을 확정한다는 방침을 정해놓은 상태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지배구조의 불확실성이 일단락된 만큼 올해는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채용비리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 데다 2심 재판이 계속되는 점은 부담이다. 신한금융 내규에 따르면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되면 5년간 임원진이 될 수 없다. 대법원에서 징역형이 확정되면 회장직 유지가 힘들어진다는 얘기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조 회장 1심 결과에 대해 “주주와 이사회가 책임감 있게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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