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에릭 클랩튼: 기타의 신'은 클랩튼의 삶과 음악 세계를 들여다 본다. 영화사 진진 제공

영국 유명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튼의 요란한 인생은 널리 알려져 있다. 할머니를 어머니로 알고 자랐다가 생모와 마주하게 된 유년 시절. 빼어난 기타 실력으로 무대를 주유한 음악가로서의 면모. 절친이었던 조지 해리슨(비틀스의 멤버)의 아내 패티 보이드와 나눈 세기의 사랑. 어린 아들의 죽음이라는 비극. 한 사람이 겪어낸 인생치고는 복잡다단하고 기구하다.

개인에겐 반복하고 싶지 않을 시간이겠지만, 감독이나 제작자라면 욕심 낼 스토리다.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1989) 제작 등으로 유명한 미국 제작자 겸 감독인 릴리 피니 자눅이 영화화의 행운을 얻었다. 다큐멘터리 ‘에릭 클랩튼: 기타의 신’은 그 결과물이다. 자눅 감독은 클랩튼과 25년 지기다.

다큐멘터리는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정확히는 알지 못했던 일들을 보여준다. 상영시간 134분 동안 그의 삶을 지켜보자면 때론 흥겹고 때론 고통스러우며 때론 서글프다. 종국엔 감동에 젖어 든다.

클랩튼의 삶은 상실과 갈망의 연속이었다. 생모에게 존재를 부정당한 클랩튼은 기타와 블루스에서 삶의 의미를 찾았다. 유명 밴드 야드버즈의 멤버로 스타가 됐으나, 밴드가 블루스를 멀리하자 탈퇴했다. 수도자처럼 기타를 연마하던 클랩튼은 보이드와 이뤄지기 어려운 사랑에 빠졌고, 친구 해리슨과 서먹한 사이가 됐다. 커리어의 절정에서 마약에, 다시 알코올에 빠졌다. 기타를 놓았다고 어린 아들이 죽은 후에야 다시 들었다. 끝내 일어나 원숙한 음악의 세계로 전진했다.

영화는 여러 자료 화면과 클랩튼 지인들 인터뷰를 교차시키며 록과 블루스가 꽃폈던 20세기 중후반으로 관객을 데려간다. 크림, 야드버즈 등 당대 밴드와 가수들의 연주, 노래가 귀에 감긴다. 요절한 록 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와의 우정, 밥 딜런과의 교유 등 한 장면 한 장면이 음악 팬에게는 과거에서 캐낸 보석 같을 것이다.

원제는 ‘Eric Clapton: Life in 12 Bars’다. ‘12 Bars’는 블루스의 기본이 되는 12마디 음을 의미한다. ‘Life in 12 Bars’를 의역하자면 ‘블루스의 삶’인 셈이다. 23일 개봉. 15세 관람가.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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