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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청주 골재업체 폐기물 무단 방치ㆍ매립 현장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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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청주 골재업체 폐기물 무단 방치ㆍ매립 현장 가보니

입력
2020.01.22 16:11
수정
2020.01.23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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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사업장 배출 무기성오니 불법투기 산더미

소매점ㆍ공장 허가받아 산 파내고 무단 매립

폐기물 관리ㆍ처분 규정 ‘휴지조각’

무법천지 판쳐도 청주시는 수수방관

“특정사업장 비호, 수사기관 나서야”

청주시 서원구 D모래생산 업체 뒤편 산지가 폐기물인 무기성 오니로 가득 차 있다. 짙은 암갈색 부분이 무기성 오니다. 이 업체는 임야인 이곳을 공장과 소매점으로 개발행위 허가를 받은 뒤 건물은 짓지 않고 산을 파낸 곳에 오니를 매립해왔다. 한덕동 기자
청주시 서원구 D모래생산 업체 뒤편 산지가 폐기물인 무기성 오니로 가득 차 있다. 짙은 암갈색 부분이 무기성 오니다. 이 업체는 임야인 이곳을 공장과 소매점으로 개발행위 허가를 받은 뒤 건물은 짓지 않고 산을 파낸 곳에 오니를 매립해왔다. 한덕동 기자

충북 청주지역 일부 골재 업체들이 모래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폐기물인 무기성 오니(슬러지)를 사업장 인근에 산처럼 쌓아 방치하거나 무단 매립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불법 행위가 수년 간 이어지고 있는데도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않자 당국과 업체간 유착설이 나도는 등 뒷말이 무성하다.

19일 오후 찾아간 청주시 서원구의 G업체 모래생산 사업장. 골재 파쇄기가 설치된 공장 뒤편으로 벌거벗은 민둥산이 드러났다. 흙이 유난히 짙은 암갈색을 띠고 있어 가까이가보니 질척질척하고 발이 푹푹 빠진다. 바로 G업체가 암석을 파쇄해 모래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배출한 무기성 오니였다. 오니 더미는 산꼭대기까지 가득 쌓여 그 자체로 거대한 산을 이루었다. 벌거숭이 산에 갇힌 송전탑이 아슬아슬한 광경으로 다가왔다.

폐기물 오니는 인근 도로에도 흘러 들었다. 급하게 긴급 복구를 했는지 아직도 도로 위에는 중장비 바퀴 자국이 선명히 남아 있었다. 한 주민은 “지난 6~8일 겨울비가 내렸을 때 슬러지가 도로로 쓸려 내려왔다”며 “해빙기가 되면 더 큰 일”이라고 불안해했다.

청주시 서원구 G업체 모래생산 사업장 인근 산은 업체측이 배출한 무기성 오니로 꼭대기에 있는 송전탑까지 위협받고 있다. 길 바닥도 오니 더미에서 흘러나온 침출수로 질척한 상태다. 한덕동 기자
청주시 서원구 G업체 모래생산 사업장 인근 산은 업체측이 배출한 무기성 오니로 꼭대기에 있는 송전탑까지 위협받고 있다. 길 바닥도 오니 더미에서 흘러나온 침출수로 질척한 상태다. 한덕동 기자

이곳에서 직선거리로 약 700m 떨어진 서원구 D업체 사업장은 상황이 훨씬 심각했다. 모래선별 공장을 끼고 돌아 산에 오르자 거대한 무기성 오니 더미가 한 눈에 들어왔다. 산 정상부터 거의 수직으로 깎아낸 부지에 오니를 매립했는데, 그 면적이 족히 수 만㎡는 돼 보인다. 슬러지 더미 중간 중간에 커다란 물웅덩이가 눈에 띄는 것으로 보아 구덩이를 파고 폐기물을 묻은 것 같은 의구심이 들었다.

이곳에 쌓인 슬러지 더미는 세종~청주간 4차선 도로에서도 훤히 보일 정도로 큰 산을 이루고 있다.

흥덕구의 H업체 모래생산 사업장도 마찬가지다. 공장 인근에 많은 양의 무기성 오니를 무단으로 야적하고, 일부는 사업장 주변 임야에 매립해 놓은 장면이 목격됐다.

청주시 서원구 G업체 인근 산에 방치된 무기성 오니가 인근 도로까지 밀려 내려왔다. 긴급 복구에 동원된 중장비 바퀴 자국이 선명하다. 한덕동 기자
청주시 서원구 G업체 인근 산에 방치된 무기성 오니가 인근 도로까지 밀려 내려왔다. 긴급 복구에 동원된 중장비 바퀴 자국이 선명하다. 한덕동 기자

폐기물관리법상 무기성 오니는 허가받은 전문 폐기물처리업체에 위탁 처리해야 한다. 썩지 않는(무기성) 오니가 인산 부족이나 수소이온농도(PH)상승 현상을 일으켜 토양을 오염시키기 때문이다.

토목ㆍ건축 공사장에서 성토나 복토용으로 재활용할 수 있지만, 이 때는 물기를 빼고 양질의 토사와 5대 5로 혼합한 뒤 흙을 쌓기 전 재활용 허가를 꼭 받아야 한다. 사업장 안에 임시 보관할 때는 침출수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바닥을 포장하고 덮개를 설치해 최대 90일까지만 둘 수 있다.

하지만 청주지역 모래생산 업체 상당수는 이런 폐기물 관리ㆍ처분 규정을 거의 지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몇몇 업체들은 사업장 인근 임야를 소매점이나 공장 부지로 허가를 받아 산을 파낸 뒤 그 자리에 오니 폐기물을 묻는 편법까지 동원하고 있다.

실제로 서원구 D업체는 공장 뒤편 임야 약 5만㎡를 2011년과 2016년 두 차례에 걸쳐 공장, 소매점 개발행위를 받은 뒤 건축은 하지 않고 산을 깎고 파낸 자리에 무기성 오니를 매립해왔다. 산을 파내고 다시 메우는 과정에서 매립ㆍ복토 허가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업체들이 이런 불법을 자행하는 것은 비용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무기성 오니를 규정대로 처리하려면 25톤 트럭 한 대당 대략 25만~30만원의 비용이 든다. 운반비와 양질의 토사와 혼합하는 작업비 등을 합한 액수다.

제보자 A씨는 “공장과 접한 임야를 개발행위가 쉬운 소매점 등으로 허가 받아 그 부지에서 파낸 토사는 모래생산 원료로 쓰고 폐기물인 오니는 흙을 파냈던 자리에 다시 묻는 업체가 한 둘이 아니다”며 “이런 수법으로 업체마다 수억에서 수십 억원의 부당 이득을 취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이렇게 불법이 판을 치는데도 청주시의 단속은 미지근하기만 하다. 무기성 오니를 사전 허가없이 산림에 매립하다 단속된 경우는 최근 1년 간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청주시 관계자는 “단속 인원 한 명이 수백 개가 넘는 폐기물 배출업소를 관리ㆍ감독해야 하는 상황에서 모래생산 사업장까지 일일이 점검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인력 부족 타령을 했다.

하지만 다른 목소리도 있다. 골재업자 B씨는 “다른 사업장에선 비산 먼지만 조금날려도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청주시가 유독 특정 골재사업장에는 관대하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수사기관이 나서 불법 행위를 근절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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