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현 상주시의장 “상주곶감, 국가중요농업유산에서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경북 상주는 ‘삼백(三白)의 고을’로 통한다. 흰 빛깔의 곶감과 쌀, 누에고치가 명물로 꼽히기 때문이다. 1468년 조선 예종 즉위년에 상주곶감을 진상했다는 기록이 조선왕조실록에 있는 것을 보면 예로부터 톡톡히 유명세를 누렸다.
설을 앞둔 이달 11, 12일 서울시청 앞에서 ‘상주곶감 임금님 진상 재현 행사’가 열렸다. 지난해 11월 국가중요농업유산 제15호로 지정된 상주곶감을 알리는 자리였다. 상주 곶감농가 주민들은 이날 “곶감 하나 주면 안 잡아 먹지”라며 동화 속 호랑이로 분장해 1만여개의 곶감을 서울시민에게 무료로 나눠줬다. 상주 청소년들과 함께 호랑이옷을 입고 곶감 플래시몹을 펼친 정재현(62) 상주시의장은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된 상주곶감을 알리기 위해 서울을 찾았다”며 “이틀간 상주곶감이 6,350만원어치나 팔려나갔다”고 활짝 웃었다.
정 의장은 상주곶감 국가중요농업유산 지정의 1등공신이다. 지난해 11월 국가중요농업유산 지정을 위한 프리젠테이션도 직접 했다. 정 의장은 그 자리에서 ‘750년 하늘 아래 첫 감나무’ 동요를 불렀다. 심사위원들의 박수가 터지면서 그는 심사 통과를 예감했다. 상주시 외남면 소은리에 있는 국내 최고령 감나무에는 지난 연말에도 3,000여개의 감이 열렸다. 정 의장은 “대한민국 곶감이 전국에서 생산되지만 상주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과 역사를 인정해 준 것이라 생각한다”고 감격했다.
상주시는 국가중요농업유산 지정에 따라 상주곶감의 유산자원 조사와 복원, 관광자원 활용 등에 15억원을 확보했다. 원료 감을 생산하는 단계부터 전통 곶감을 제조하는 천일건조 방식 보존, 감 재배에 적합한 환경 조성과 상주 둥 시 보존방안에도 쓰인다.
정 의장은 상주곶감을 활용한 다양한 사업에도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곶감을 소재로 한 동화 출판, 동요 작사에 경험도 있다. 그는 2007년 상주 출신의 동화작가 우봉규씨에게 의뢰한 동화 4만권을 전국 초등학교와 대학 도서관에 보냈다. ‘하늘아래 첫 감나무’와 ‘호랑이와 곶감’는 그가 직접 작사한 동요다.
지난 2015년 소은리에 문을 연 상주곶감테마공원도 그의 손을 거쳤다. 사업비 120억원 중 100억원의 기여도는 그에게 있다. 5선 시의원인 그가 중앙정부 예산부서를 직접 누빈 결과다. ‘호랑이보다 무서운 곶감’을 테마로 한 이 공원은 3만2,201㎡ 부지에 상주곶감 전시체험관과 특산물판매장, 어린이 놀이터 등을 갖춰 유치원과 초등학생의 단골 견학코스가 되고 있다.
5,500여 상주곶감농가 상당수가 처음에는 “곶감 시설 개ㆍ보수비나 지원하지, 무슨 공원이냐”는 반응이었지만 상주의 명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상주곶감 인지도가 낮은 것은 아쉽다. 그는 “인구 3만5,000여명에 불과한 전북 순창은 제1호 장류산업특구로 지정되면서 매년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데 인구 10만의 상주는 곶감 이름값을 너무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최근에는 지구온난화로 상주곶감의 품질을 유지하는 것도 숙제가 되고 있다. 그는 “곶감 건조방법 등을 개선해 상주곶감의 맛과 명성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상주곶감은 2008년 대통령 설 선물 품목으로 선정됐고, 2018년 2월 남북 고위급대표단 오찬장에 후식으로 오르기도 했다.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됐지만 할 일은 아직 많다.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가 다음 과제다.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 인증을 통해 투명하고 안전한 먹거리로 세계의 소비자들에게 다가간다는 계획이다.
정재현 의장은 “상주곶감은 독특한 역사와 문화, 스토리를 갖고 있어 항공사 기내식으로도 어울린다”며 “곶감이 나라 안팎에서 상주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잡을 때까지 열심히 소문을 내겠다”고 말했다.
상주=추종호 기자 c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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