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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풀어 만든 ‘2.0% 성장’... 10년 만에 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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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풀어 만든 ‘2.0% 성장’... 10년 만에 최저

입력
2020.01.22 14:11
수정
2020.01.22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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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쏟아부은 작년 4분기 1.2% 성장 덕, 연간 2% 성장 ‘턱걸이’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019년 4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019년 4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2.0%를 가까스로 사수했지만 10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정부가 일년 내 재정을 푼 덕에 ‘1%대 성장’이란 최악은 면했지만, 민간의 투자와 소비는 역대급 부진을 면치 못했다.

◇경제위기 없는 최저 성장률

22일 한국은행은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보다 1.2% 늘었다고 발표했다. 분기 성장률이 작년 1분기 -0.4%에 이어 3분기(0.4%)까지 계속 1.0%를 밑돌면서 연간 2% 성장은 물 건너 갔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으나, 정부의 총력 재정집행 효과 등으로 4분기 성장률을 극적으로 끌어올려 간신히 연간 성장률을 2%에 맞춘 셈이다.

하지만 이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0.8%)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지난해 건설투자와 설비투자가 1년 전보다 각각 3.3%, 8.1%씩 감소하며 성장을 제약했고 민간소비도 1.9%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한국 경제에서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는 수출은 지난해 1.5% 증가에 그쳤다. 4분기엔 그마저도 감소세(-0.1%)였다.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글로벌 무역환경이 악화됐고 수출 비중이 큰 반도체 경기가 좋지 않았던 탓이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모두 악화됐던 게 수출 부진의 주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4분기에는 건설투자(6.3%), 설비투자(1.5%), 민간소비(0.7%)가 모두 전 분기보다 개선되면서 수출 둔화를 만회할 수 있었다.

◇민간 성장기여도는 0.5%포인트 불과

성장률 2.0%는 한은이 추산하는 현재 잠재성장률(2.5~2.6%)에 한참 못 미친다. 특히 지난해 성장률 2.0% 중 정부 지출의 기여도는 1.5%포인트나 됐다. 이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2.3%포인트)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4분기 성장률(1.2%)을 이끈 건 대부분 정부 지출(1.0%포인트)이었다.

반대로 민간 지출의 성장 기여도(0.5%포인트)는 2009년(-1.5%포인트) 이후 가장 낮았다. 활력을 잃은 민간경제 대신 정부가 나라 곳간을 풀어 경기를 간신히 지탱했다는 뜻이다. 박 국장은 “정부가 4분기에 이월ㆍ불용 예산을 최소화한다는 원칙 하에 재정을 대폭 투입한 결과”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전년 대비 0.4% 감소해 외환위기인 1998년(-7.0%) 이후 2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실질 GDI가 마이너스라는 건 국민이 체감하는 소득이 줄었다는 뜻으로 소비를 제약하는 요인이 된다. 이 역시 반도체 가격 하락 등 교역조건 악화가 주원인으로 지목됐다.

성장률 2%선을 사수했지만 향후 전망은 밝지 않다. 이번 성장률은 2차 오일쇼크(1980년), 외환위기(1998년), 글로벌 금융위기(2009년) 등 초대형 대외충격으로 경제가 휘청거렸던 국면을 제외하면 사실상 경험해 보지 못한 최저 수치라서다. 미중 교역분쟁이 있었다곤 하지만 쇼크 수준의 치명적인 변수는 아닌 탓에 결국 우리 경제의 허약성을 드러낸 결과란 목소리가 높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막대한 재정을 쏟아 부은 결과가 고작 2.0% 성장이라는 건 한국경제의 씁쓸한 현주소”라며 “무역갈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올해 수출 경기 회복 여부가 성장률 반등의 열쇠”라고 말했다.

정부와 한은은 올해 성장률을 2.3~2.4%로 전망하며 “분명 지난해보다는 나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이 2.2%를 전망한 데 이어 한국경제연구원(1.9%), LG경제연구원(1.8%) 등은 올해 성장률을 일찌감치 1%대로 예상하는 등 올해도 경기침체가 쉽게 극복되지 않을 거란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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