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가동률 5년 새 14.7%p 급락… “명절 연휴 근무는 옛말”
설 명절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지만, 기계와 전기전자 업체 2,400여곳이 자리한 경북 구미지역 공단은 경기 침체와 일감 감소로 우울한 분위기다.
21일 오후 구미 공단동 국가산업1단지 내 한 식당 앞에서 만난 근로자들의 얼굴에는 명절을 앞두고 설레는 표정보다 근심이 가득했다. 단지 내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최상렬(52)씨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납품 기일을 맞추느라 연휴를 잊은 채 야근까지 하며 일했는데 이제 다 지난 일이다”며 “상여금은커녕 회사가 문을 닫을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공단에서 만난 업체 경영자들과 근로자들은 하나같이 경기 악화를 걱정했다. 명절에도 야근을 밥 먹듯 하던 산업단지 내 풍경은 오래 전 사라졌고, 이번 설 연휴 4일을 전부 쉬는 업체가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구미에 위치한 경북경영자총협회가 이달 2~7일 구미지역을 포함해 도내 142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명절 상여금을 지급하는 기업은 59%로 지난해보다 4% 감소했다. 또 설 연휴 기간 평균 휴무 일수는 3.76일로, 4일 전부 쉬는 기업은 77%로 조사됐다.
구미 국가산업단지는 지난 5년간 입주업체 수는 늘었지만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고 생산액과 수출액, 근로자 수가 감소하는 등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
22일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구미 국가산업단지 업체 수는 2014년 2,010곳에서 2018년 2,417곳으로 7.6% 늘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공장 가동률은 96.6%에서 81.9%로 14.7%포인트 하락했다. 이 기간 생산액은 48조6,000억원에서 42조6,000억원으로 4.3% 줄었고, 수출액도 335억 달러에서 257억원으로 10.8% 감소했다. 지난 2013년부터 대기업의 휴대전화 생산 전략이 바뀌고 수도권과 해외로 생산기지가 이전하면서 공단 경기는 갈수록 악화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감이 줄면서 근로자 수도 같은 기간 10만명에서 9만1,000명으로 4.2% 감소했다.
국가산업단지 내 주요 사거리에는 구인 광고보다 공장매매나 임대를 알리는 현수막이 더 많이 눈에 띄는 상황이다. 공단 경기 악화는 인근 지역 상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해마다 연초 회식 등으로 불야성을 이뤘던 산단 인근 구미 인동지역 식당가도 사정이 나쁘긴 마찬가지다.
복어요리집 사장 신모(61)씨는 “예전에는 24시간 장사를 했는데 이제는 점심시간 영업으로 겨우 유지하고 있다”며 “공단 사정이 갈수록 나빠져 가게를 접어야 하나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김달호 구미상공회의소 경제조사부장은 “올해 총선을 비롯해 일본의 수출규제 등 대내외적 유동성이 커 어려운 상황이 예상된다”며 “구미형 일자리와 구미산단의 스마트 산단 선정 등을 발판으로 산학연관이 협력해 여러 현안 사업이 자리를 잡아 재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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