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親이란 헤즈볼라, 레바논 정권 장악… 美 “국제 원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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親이란 헤즈볼라, 레바논 정권 장악… 美 “국제 원조는 없다”

입력
2020.01.22 10:43
수정
2020.01.22 19:25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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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디아브 레바논 총리가 21일 수도 베이루트 대통령궁에서 새 내각 구성을 발표하고 있다. 베이루트=AP 연합뉴스
하산 디아브 레바논 총리가 21일 수도 베이루트 대통령궁에서 새 내각 구성을 발표하고 있다. 베이루트=AP 연합뉴스

석 달째 사실상 무정부 상태이던 레바논에 친(親)이란 이슬람 시아파 무장정파인 헤즈볼라 정권이 들어섰다. 악화한 경제 문제와 사회 갈등 해소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이른바 ‘반미 시아파 벨트’가 강화되는 것이어서 중동 정세가 더 격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격렬한 반정부 시위 속에 지난해 10월 사드 하리리 총리가 사임한 뒤 지난달 헤즈볼라와 미셸 아운 대통령 간 합의로 새 총리에 지명된 하산 디아브는 21일(현지시간) 헤즈볼라와 새 내각의 구성에 합의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헤즈볼라는 아운 대통령 측이 디아브 신임 총리를 앞세워 내각을 장악하려 하자 무력사용 불사까지 통보함으로써 결국 실질적인 권력을 장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컴퓨터공학 교수인 디아브 총리의 내각은 대다수가 전문가 출신이다. 재무장관에 지명된 가지 와즈니는 경제학자이고, 외교장관에 오른 나시프 히티는 아랍연맹 대사를 역임했다. 경제장관 라울 네흐메도 은행가 출신이다. 반정부 시위대가 기득권 정치에 대한 혐오를 표출하면서 기술관료 전면 배치를 요구해온 상황에서 디아브 총리는 이번 내각을 ‘기술관료 구조대’라고 명명했다. 장기 내전의 여파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가 150%에 달하고 달러 대비 통화가치도 20년만에 최저 수준인 상황에서 시급한 외국 원조에 대한 기대가 담겨 있다.

하지만 그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는 전망이 많다. 모하나드 하게 알리 카네기 중동센터 연구원은 “헤즈볼라 일색인 레바논 새 정부가 외부 세계의 지원을 설득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장 헤즈볼라를 테러조직으로 규정하고 있는 미국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레바논 주재 미국대사관 관계자는 “신뢰할 수 있고 유능한 정부의 구체적인 개혁 없이는 국제사회의 원조도 없다”고 못박았다. 수니파 맹주이면서도 레바논에 경제적 지원을 제공해온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헤즈볼라가 장악한 레바논에 등을 돌릴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심화할 경우 헤즈볼라가 이란의 대리인 격으로 무력충돌의 전면에 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헤즈볼라는 이라크 내 시아파민병대, 예멘의 후티반군 등과 함께 반미 시아파 벨트의 핵심 중 하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과 사우디 지도자들은 레바논 새 정부가 헤즈볼라의 영향력을 줄이기를 바란다”고 보도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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