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사회, 신음하는 지구촌] 1부 <6> 아르헨, 부패한 포퓰리즘의 귀환
단테 시카 아르헨티나 전 생산부 장관은 재임시절인 지난해 11월 26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새로 들어서는 알베르토 페르난데스-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정부의 포퓰리즘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이대혁 기자

“아르헨티나가 지난 70년 동안 성장이 정체된 데는 인기영합주의(포퓰리즘) 정책들 때문이었습니다. 장기적으로 생산성을 올리는 정책은 배제하고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한 결과 저성장, 고인플레이션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고착화됐습니다. 우려스러운 점은 다음 정권이 다시 그 방식을 택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정권을 빼앗긴 정부의 장관이지만 그의 말에는 뼈가 있었다. 새로 들어올 정부(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 당선자)가 다시 예전의 포퓰리즘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를 그는 떨치지 못했다. 단테 시카(Dante Sicaㆍ62) 아르헨티나 전 생산부 장관의 말이다. 기자는 지난해 11월 26일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연방정부 건물에서 당시 현직 생산부 장관이던 그를 만났다.

불과 14일 뒤(12월 10일)면 정권을 넘겨줘야 할 마우리시오 마크리 정부의 내각 일원으로서 그는 정권 교체에 대한 아쉬움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시카 전 장관은 “2018년 가뭄으로 인해 주요 수출품인 농산물 생산이 주저앉았고, 그로 인해 허리띠를 졸라매는 정책들을 펼칠 수밖에 없었다”며 “이런 정책적 노력들이 경기 개선으로 연결될 시간이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4년이라는 시간이 70년 넘는 아르헨티나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시간적으로 부족했던 데다 예상치 못한 가뭄이 경제 불황을 야기했다는 얘기다.

그도 그럴 것이 2015년 집권한 마크리 정부의 규제철폐와 외국인 투자 증대 정책은 잠시 성장이라는 희망을 보여줬다. 2016년부터 회복 기미를 보인 경제는 2017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7%로 반등했고, 인플레이션은 전년(41.0%) 대비 급격히 감소해 24.8%로 내려앉았다. 시카 전 장관은 마크리 정부가 아르헨티나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구조 개혁에 나선 결과라고 강조했다. 그는 “교육 시스템을 개혁해서 숙련된 노동자를 배출했고, 많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노력들이 2018년 들어 수포로 돌아갔다는 점이다. 옥수수, 밀, 콩 등 농산품 수출이 전체 수출의 6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가뭄이 닥친데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해외 투자자들이 갑자기 자금을 회수하면서 경제가 휘청거렸다. 물가상승률은 다시 높아지면서 실질 임금이 감소했으며,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됐고 높은 금리로 기업 투자도 줄어들면서 중산층을 중심으로 불만이 고조됐다. 시카 전 장관은 “수출이 40%가 줄었고 해외 금융회사들이 우리를 향해 투자 문을 닫는 바람에 큰 타격을 입었다”며 “그로 인해 국제통화기금(IMF)에 도움을 요청하는 상황에 다다랐다”고 설명했다. 외부적 요인에 따라 쉽게 흔들리는 경제 구조적 요인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만 그는 “마크리 정권이 페르난데스 정부에 정권을 넘겨줄 때는 재정건전성에 대한 기반은 마련해줬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2021년까지 563억달러에 달하는 IMF 구제금융을 의미하는 말로 풀이됐다. 시카 전 장관은 “아르헨티나의 가장 큰 목표는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라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다방면에서 구조 개혁을 해야 하고 특히 정치인들이 반복적인 포퓰리즘(정책을 남발하는) 사이클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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