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목사가 22일 경찰 소환 조사에 또 불응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이날 오전 10시 전 목사를 불러 조사하려 했으나 전 목사 측이 갑자기 출석 거부 의사를 밝혀 소환 조사가 불발됐다.
전 목사가 경찰의 소환 요구를 퇴짜 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전 목사는 지난달 12일 처음으로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는데, 당시에도 경찰 출석 요구를 4차례나 불응했다. 그는 경찰의 거듭된 소환 요청에도 꿈적도 않다가 경찰이 체포영장 신청을 검토하자 그제야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일단 전 목사 측과 소환 날짜를 다시 조율하겠다고 밝혔다.
전 목사는 지난해 개천절 집회에서 정부 비판을 이어가던 중 “(문재인 정권 규탄집회를 열었던) 8월 15일에 비가 많이 와서 내가 부도가 났다. 다 주머니를 털어서 하나님의 영광과 갈음하여 주시옵소서”라며 “오늘 행사 중 가장 기쁜 시간이 돌아왔다. 헌금하는 시간입니다”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종교 단체가 예배하며 신도를 대상으로 헌금을 모으는 것은 문제되지 않지만 정치집회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모금하는 행위는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가 있다. 정치자금법 제14조는 집회에서 후원금을 모금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기부금품법상 1,000만원 이상을 모금하려면 모집·사용계획서를 작성해 관할청에 등록해야 하지만 전 목사는 이를 행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개신교 시민단체 평화나무는 전 목사가 당시 집회에서 헌금 명목으로 1억7,000만원을 모금했다며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전 목사에 대한 추가 고소ㆍ고발이 이어지면서 경찰의 수사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전 목사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외에도 공직선거법 위반, 학력 위조 의혹 등 크게 5건으로 고발됐다. 경찰이 전 목사에게 적용한 혐의만 13개에 달한다.
전 목사는 최근 구속위기를 피하긴 했지만 그를 상대로 한 추가 고발이 잇따르면서 경찰 역시 수사 강도를 높이고 있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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