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설에서 “미국은 세계 어느 곳보다 투자와 사업을 하기 좋은 곳”이라며 재임 기간 중 이룬 미국의 경제 성과를 자랑하고 나섰다. 불과 몇 시간 뒤면 미국 워싱턴 상원에서 자신에 대한 탄핵 심리가 개시될 처지임에도 개의치 않고 자신의 경제 치적을 선전하는 데 열을 올린 것이다.
AP통신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스위스 다보스 포럼 첫날인 2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나는 미국이 경제 활황의 한 가운데 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선언한다”고 말했다. 단순한 활황 정도가 아니라 세계가 일찍이 본 적도 없는 그런 화려한 경제 호황이라는 것이다. 그는 미국 경제의 긍정적 전환이 “멋진 장관으로 아무 손색이 없을 정도”라는 말을 덧붙였다.
이번 다보스 포럼의 핵심 주제는 ‘기후 변화’로, 공공연한 기후변화 회의론자인 트럼프 대통령조차 이날은 주제에 맞게 전 지구에 1조 그루의 나무를 심자는 포럼의 제안에 미국도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나머지 시간의 대부분을 자신의 경제 치적을 자랑하는 데 할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번성하고 있다. 미국은 전례 없는 성공을 하고 있다”고 재차 강조하면서 중국과의 1차 무역협상 합의와 기존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ㆍ나프타)을 대체할 ‘미국ㆍ멕시코ㆍ캐나다 협정’(USMCA) 체결 등을 거론했다. 또 기록적으로 낮은 실업률과 주식 시장 활황 등에 대해 말하고, 수백만 명이 실업에서 벗어났다고 덧붙였다.
공교롭게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 순서로 나선 연사는 그와 종종 충돌을 빚어온 스웨덴 출신의 17세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였다. 툰베리는 “나는 1년 전 다보스에 와서 우리의 집이 불타고 있다고 말했다. 나는 여러분이 겁에 질리길 바란다고 했다”라면서 “그러나 우리의 집은 아직 불타고 있다”고 비판했다. 1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기후 변화 문제를 둔 국제사회의 대응에 나아진 점이 없다는 주장이다.
툰베리는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앞서 언급한 ‘나무 1조 그루 심기’ 공약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나무 심기는 당연히 좋지만 절대 충분하지 않다. 실질적인 (탄소 배출) 경감과 생태계 복원을 대체할 수 없다"라면서 "우리는 (탄소) 배출을 줄일 게 아니라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는 좌우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당신이 당신 아이들을 무엇보다도 사랑한다면 행동하라고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툰베리의 활동을 여러 차례 폄하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 툰베리가 미 시사주간지 타임의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자 "분노 조절 문제를 해결하고 친구랑 영화나 보러 가라"면서 그를 조롱한 게 대표적이다. 툰베리 역시 지난해 9월 유엔총회에서 트럼프를 향해 적대감 가득한 눈빛을 보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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