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객차 안내 화면이 운행정보보다 광고를 더 비중 있게 표시하는 탓에 이용자들이 혼란을 겪는 경우가 빈번하다. 지난 16일 서울 지하철 5호선과 6호선의 운행 정보 표시 화면에 업체나 병원의 이름이 표시되고 있다. 화면을 계속 쳐다 보며 확인하지 않으면 장소를 혼동하기 쉽다.

대학생 신모(22)씨는 지하철이 목적지에 다다르면 알림을 보내주는 ‘도착역 하차 알람’ 앱을 자주 이용한다. 출퇴근 시간대 지하철을 탔다가 내릴 역을 놓친 경험이 많았기 때문이다. 신씨는 “전동차 모니터에 도착역 정보가 나오는데 글씨도 작고 각도에 따라 화면이 잘 안 보이는 경우도 많다”며 “사람이 꽉 차면 그마저도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루 평균 800만명이 이용하는 수도권 지하철, 한국일보 ‘뷰엔(View&)’팀이 1~9호선 전동차에 직접 탑승해 살펴보니 안내용 모니터 또는 전광판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모니터의 위치와 형태가 제각각이라 혼란스러운 데다 대다수가 광고 노출에 집중돼 있어 도착역이나 열차 운행 상황 등 승객들이 필요한 정보가 부족했다.

서울 지하철 객차 내 안내스크린의 위치는 호선마다, 전동차마다 제각각 다르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각각 4호선, 1호선, 5호선, 3호선 내 행선안내게시기. LED 전광판부터 중앙 돌출형, 출입문 상단 매립형 모니터까지 다양한 형태를 띄고 있다.

전동차 내 안내 화면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1~4호선 중 2000년대 초반 이전에 도입된 구형 전동차의 경우 도착역 정보가 LED 전광판에 표시된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운행이 시작된 전동차는 중앙 통로 천장에 설치된 돌출형 LCD 모니터에, 비교적 신형인 5~9호선의 경우 출입문 바로 위에 설치된 스크린에 정보가 표시된다. 이처럼 전동차마다 모니터 또는 스크린의 형태와 위치가 제 각각이다 보니 이용자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박모(21)씨는 “목적지에 다 온 것 같아 습관적으로 출입문 위를 봤는데 화면이 없어서 당황했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돌출형 모니터 하단부에 열차 이동 방면 정보가 자막으로 노출되고 있는 모습. ‘이번 역’ 정보는 한참을 기다려야 2-3초 가량 노출된다.

그러나 운행 정보보다 광고가 더 비중 있게 노출되는 점은 어느 전동차나 비슷하다. 객차 중앙에 모니터가 설치된 1~4호선 전동차의 경우 화면 면적의 80% 정도를 광고가 차지하고 하단부에 도착역과 환승 정보, 출입문의 위치, 영어 안내 등이 순차적으로 표시된다. 이 중 도착역 이름이 표시되는 시간은 2~3초 정도가 전부다. 공덕역이나 왕십리역처럼 노선이 4개 이상 지나는 역의 경우 화면에서 도착역 정보를 한 번 놓치면 30초 정도를 기다려야 확인이 가능하다.

자막 안내는 비효율적이다. 도착예정역 안내보다 환승 정보나 출입문 안내의 비중이 더 크다.

광고용 모니터를 따로 설치한 5~8호선은 운행 정보 전용 모니터에까지 광고를 띄우는 통에 승객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전동차가 역에 다다르면 화면에 해당 역이 표시되는데 이때 역 인근 병원이나 통신사 대리점 등 업체 명칭을 훨씬 크게 보여 주기 때문이다. 5호선 전동차에서 만난 승객 전모(26)씨는 “영등포시장역에 내리기 직전 화면을 확인했는데 인근 병원과 한의원 이름이 화면 대부분을 차지하고 정작 역 이름은 구석에 작은 글씨로 표시돼 황당했다”고 말했다.

5호선 출입문 상단부(위쪽)와 분당선 출입문 상단부(아래쪽). 5호선의 경우엔 안내 스크린 두 대가 나란히 설치돼 있지만, 분당선의 경우 광고판이 설치돼 있다. 객차 안내 스크린 및 전광판의 위치가 제각기 달라 승객들의 혼란을 초래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최근 2년간 서울교통공사에 접수된 안내 화면 관련 민원만 2만5,000여건에 달한다. 코레일 등 타 운영사의 경우를 합하면 실제 민원은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지하철 이용객 남모(46)씨는 “우리나라 지하철은 사용자 편의보다 광고가 더 중요한 것 같다”며 “꼭 필요한 정보를 알기 쉽게 보여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교통공사는 문제점은 인식하고 있으나 객차 내 모니터의 위치나 안내 방식 통일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90년대에 생산된 모델부터 2015년 이후 생산된 모델까지 전동차 유형이 다양한 데다가, 유지 및 보수 등 운영을 서울교통공사, 한국철도공사, 서울시메트로9호선주식회사 등이 나누어 맡고 있어 운행 중인 전동차를 일괄적으로 개선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관계자는 또, “관련 민원을 반영해 2018년 9월 새로 도입된 2호선 차량엔 개선된 디자인이 적용됐고 앞으로 새롭게 도입되는 전동차에는 LCD 스크린의 위치를 출입문 상단으로 일원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김주영 기자 will@hankookilbo.com

문소연 인턴기자

전동차 내부 곳곳에 설치된 광고판이 조명만 켜진 채 방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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