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갑질119, 사생활 침해 사례 공개
“(남성인) 상사는 제가 화장을 진하게 하지 않으면 용모 불량을 매번 지적했습니다. 화장은 사회생활의 기본이라며 어딜 가도 사회생활을 못 할거라는 말도 하고요. ‘남자친구는 있냐? 잠은 자냐?’ 이런 발언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임원에게 고충처리를 요구했지만, 상사의 사과 한 마디 받지 못한 채 저만 퇴사했어요.”
노동인권시민단체인 직장갑질119가 21일 공개한 직장 내 ‘오지랖 갑질’의 한 사례다. 이처럼 직장에서 일과 무관하게 부하직원의 사생활을 제멋대로 침해하는 상사들로 인해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사례들을 보면, 피해자에게 불쾌감과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발언들로 가득했다. “다이어트를 하는데 왜 이렇게 살이 안 빠지냐”와 같은 외모 품평은 기본이었다. “고객 대면할 일이 없는 콜센터 상담사에게 염색 금지, 여름철 샌들이나 장화, 겨울철 부츠 착장까지 금지했다”, “셔츠 안쪽에 받쳐입는 옷이 비친다는 이유로 검은 티셔츠를 입으면 기록해 놓겠다”는 등의 지나친 복장 간섭에 대한 호소도 적지 않았다. “어디에 사는지 지나칠 정도로 물어봤고, 내가 이야기한 적도 없는데 사는 곳의 층수까지 알아냈다”는 실토는 스토킹과 같은 공포마저 안긴다.
오진호 직장갑질119 총괄 스탭은 “직장내 ‘오지랖 갑질’은 인사관리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고 기업의 운영원칙과 상관없이 관리자 개인 성향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많은 100인 미만 작은 사업장들에서 신고가 많이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부하직원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넘어 사생활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이런 행위들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따른 처벌대상이다. 법원도 지나친 간섭에 대한 책임을 묻기도 했다. 2015년 서울중앙지법은 미혼인 여성 부하 직원에게 “애기 낳은 적 있어? 무슨 잔머리가 이렇게 많아”, “어젯밤 남자랑 뭐 했어? 목에 이게 뭐야?”라는 언사를 일삼은 직장 상사들에게 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시했다. ‘원고로 하여금 굴욕감이나 모욕감을 느끼게 함과 동시에 원고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켜 원고의 인격권을 침해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오 총괄 스탭은 “별 것 아닌 말 한마디로 생각하기 쉽지만, 당사자들에게는 ‘내가 뭔가를 잘못하고 있나’라는 자괴감에 빠뜨리는 갑질로, 대놓고 욕설과 폭언을 듣는 것 못지 않은 고통을 안긴다”고 말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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