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미국 버지니아주 리치먼드 주의회 의사당 인근에서 열린 총기 규제 반대 집회에서 총기와 전투복 등으로 무장한 시민들이 행진하고 있다. 그 뒤로 한 시민이 ‘모든 총기 규제는 인종차별’이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리치먼드=EPA 연합뉴스

“애국자들이여 단결하라! 저들이 금지하니, 우리는 맞서 싸우자!”

미국 전역의 총기 소유 옹호론자 수만명이 20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州) 리치먼드로 모여들었다. 민주당 주축의 버지니아주정부에서 추진하는 총기 규제법안에 항의하기 위해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대선 쟁점화를 겨냥하듯 “공화당에 투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AP통신과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이날 아침부터 각종 총기로 무장한 시위대 수백명이 행사장인 주의회 광장 주변으로 모여들었고, 정오 무렵에는 집회 참가자 수가 2만2,000명에 달했다. 대부분은 백인 남성들이었다. 당초 백인 우월주의 단체 등이 참석을 공언하면서 폭력 사태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컸지만 다행히 집회는 평화롭게 마무리됐다.

참가자들은 한목소리로 “총기 규제를 중단하라”고 외쳤다. 민주당 소속 랠프 노덤 주지사는 지난해 5월 버지니아비치 총기난사 사건으로 12명이 숨지자 구매자 신원조사 의무화 등의 규제를 추진했다. 당시에는 공화당이 다수인 의회에 가로막혔지만, 지난해 11월 선거에서 민주당이 의회를 탈환함에 따라 규제법안 추진에 탄력이 붙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5월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전미총기협회(NRA) 연설에서 총기 규제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손으로 총을 쏘고(왼쪽 사진) 칼로 찌르는 모습을 재연했다. 유튜브 캡처

버지니아는 전통적인 공화당 우세지역으로 총기 소지에 비교적 관대한 입장이었다. 실제 11월 선거 후 주정부의 총기 규제 방침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을 천명한 지역단위만 120여곳에 달한다. 버지니아가 미국 내 총기 규제 논란의 상징적인 지역이 된 이유다. 이날 집회에서 40구경 권총을 들고 단상에 오른 텍사스주 출신의 테리 손은 “버지니아에서 추진되는 일이 중단되지 않으면 다른 주까지 번져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노골적으로 지지층의 표심을 자극하고 나섰다. 그는 트위터에 “버지니아의 민주당이 총기 휴대 권리를 규정한 수정헌법 2조를 무력화하려 한다”며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썼다. 그러면서 “2020년 공화당에 투표하라”고 역설했다. 사실상 총기 규제 논란을 대선의 핵심 쟁점으로 부각시키겠다는 의미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비롯한 민주당의 유력 후보들은 총격 사건이 연이어 발생한 지난해 여름 이후 줄곧 총기 규제 강화를 외치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재임 중이던 2016년 1월 백악관에서 총기폭력을 줄이기 위한 행정명령을 발표하던 중 2012년 한 초등학교에서 20여명이 희생된 총기 사고를 언급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총기 규제 문제는 미 대선 때마다 반복되는 양당 간 핵심 쟁점이다. 2016년 1월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눈물을 흘리며 강력한 총기 규제 행정명령을 발표했을 때 공화당 유력 주자였던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며 백지화를 공약했다. 2007년 4월에도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 사건으로 30여명이 숨지면서 이듬해 대선에서 총기 규제 문제가 주요 의제가 됐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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