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왼쪽) 아주대 의대 교수가 지난해 12월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외상센터의 역할을 주제로 열린 조찬세미나 '포용과 도전'에서 발제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가 병원 측과 권역외상센터를 관장하는 보건복지부를 향해 작심한 듯 비판을 쏟아냈다. 20일 아주대 경기 남부권역 외상센터장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힌 이 교수는 이날 한국일보와의 심야 인터뷰에서 “병원 측이 지난해 공사로 100개 병상을 닫아 권역외상센터 환자를 일시적으로 수용하지 못했다는 등 핑계를 대는데 솔직히 숨 쉬는 것 말고는 전부 거짓말”이라고 말하면서 “복지부야말로 아주대병원의 ‘뒷배’와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복지부 간부 A씨와 아주대병원 기획조정실장 B씨가 지난해 11월 11일 주고 받은 문자메시지 내용을 공개하며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라고 말했다. 메시지에서 A씨는 “상의 드린 병상 관련 사항은 금주 중으로 조치계획 등 명확히 원내의 입장을 정리해주셨으면 합니다. 부디 원만히 원내 문제가 해결되기를 희망합니다”라고 썼다. 이에 B씨는 메시지를 한상욱 아주대병원 병원장에게 보내면서 “일전에 방문했던 복지부 관계자(A씨)가 아무래도 윗선으로부터 압박을 받는 모양입니다”고 보고했다. 이 교수는 “(이 메시지는) 한 병원장이 지난해 11월 닥터헬기 운영과 관련된 회의에서 ‘니가 날고 뛰어봐야 소용없다’고 말하며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이 교수는 국정감사 등을 통해 병원의 정부지원 예산 전용을 비판했고, 복지부도 현장점검으로 병원을 압박하며 외관상 이 교수에 힘을 실어주던 때다. 이 교수는 그러나 자신의 편이라고 철석같이 믿어온 복지부가 실상은 병원측과 몰래 연락하며 ‘원만한 해결’을 유도한 것으로 드러난 메시지를 확인하며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복지부 과장이란 사람이 기획조정실장과 수시로 연락하며 나만 X신을 만들었다”고 말하며 분노를 드러냈다.

이 교수는 이어 박능후 복지부 장관을 지목해 힐난했다. 그는 “2018년 간호인력 채용 등 권역외상센터 운영과 관련해 박 장관에게 2시간 동안 대면보고를 했다”며 “장관 딸이 (아주대병원) 외상센터에서 근무해도 이따위로 하겠는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교수는 병원이 외상환자 수용을 거부한 나머지 다른 교수 이름으로 외상환자를 입원시켜 몰래 치료했다고 털어놨다. 이른바 ‘유령치료’를 했다는 것이다. 그는 “원무과에 손이 발이 되도록 빌어도 입원실이 나오지 않아 친한 교수들에게 부탁해 유령수술을 했다”며 “모든 병원 고위층이 원무팀을 사주해 외상센터 교수들에게는 병실을 내주지 말라고 하는 상황이었다”라고 강변했다.

이 교수는 이어 “복지부와 병원이 나만 조용히 있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 센터장직을 내려놓고, 의대생들을 가르치면서 조용히 살 것”이라며 “강의를 주지 않고 내쫓으면 실업급여를 받아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2년 외상외과 전문의가 돼 20년간 동료의사, 간호사들과 죽을 만큼 고생하면서 일했지만 이젠 그들에게 더 이상 ‘조금만 버티면 복지부가 도와줄 것’이라는 말을 할 수 없게 됐다”며 “나는 박애주의자가 아니다. 지금 생각하면 20년간 병원에 ‘앵벌이’ 노릇을 한 것 같다. 더 이상은 이 일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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