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부대 작전지역 3.5배로… 왕건함, 아덴~페르시아만 독자작전
美연합체엔 불참, 연락장교 파견… 美 “환영” 이란은 일차적 우려
정부가 청해부대 작전 지역을 호르무즈해협까지 확대하고 독자적 작전을 펼치는 방식의 파병을 결정했다. 안보동맹인 미국의 요구에 응하면서 이란과의 관계 유지도 감안한 결과다.
국방부는 21일 “정부는 현 중동 정세를 고려해 우리 국민 안전과 선박의 자유항행 보장을 위해 청해부대 파견 지역을 한시적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며 “우리 군 지휘 하에 국민과 선박 보호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 결정에 따라 이날 오후 5시 30분 오만 무스카트항에서 청해부대 30진 강감찬함과 임무를 교대한 31진 왕건함(4,400톤급)이 호르무즈해협 일대로 작전 지역을 넓혀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작전 지역은 아덴만 일대 1,130㎞에서 오만만, 아라비아만(페르시아만) 일대까지 약 4,000㎞로 늘어난다.
다만 미국이 희망했던 호르무즈 호위연합(IMSCㆍ국제해양안보구상)에는 참여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작전을 수행하기로 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청해부대가 확대된 파견 지역에서 독자적으로 작전을 수행하더라도 필요한 경우에는 IMSC와 협력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청해부대 소속장교 2명을 IMSC 본부에 연락장교로 파견키로 했다.
정부가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국군부대의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 파견 연장 동의안’에는 “유사시 우리 국민 보호 활동 시에는 지시되는 해역 포함”이라는 문구가 들어가 있다. 따라서 이번 파견 지역 확대 결정에 국회 동의는 필요 없다는 게 정부와 여당의 입장이다.
정부는 지난해 5월 중동에 긴장이 고조될 때부터 국민과 선박 보호, 안정적 원유 수송을 고려해 내부적으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왔다. 아덴만 일대 해적의 위협이 감소하는 추세도 감안, 긴급상황 발생시 호르무즈로 청해부대를 보내기 위해 지난해 7월 군수물자 보급항도 변경했다. 이에 따라 아덴만에 가까운 오만의 살랄라항에서 페르시아만에 조금 더 가까운 동쪽의 무스카트항 등으로 바뀌었다.
정부는 발표에 앞서 미국과 이란 측에 입장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우리가 결정해 미국과 협의했고, 이란에도 외교채널을 통해 설명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미국은 한국의 결정을 환영하고 기대한다는 수준의 반응이었던 걸로 안다”며 “이란도 우리 정부 입장을 이해하고, 그들의 기본적인 입장을 밝힌 걸로 안다”고 덧붙였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란 측 입장은 그 지역(호르무즈해협)에 외국 군대나 선박이 오는 것에 대해 기본적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며 “일차적으로 그것에 따라 우려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란은) 한ㆍ이란 관계는 관리해나가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왕건함은 특수전(UDT) 장병으로 구성된 검문검색대와 해상작전 헬기(링스)를 운용하는 항공대 장병 등 300명으로 구성됐다. 또 대잠수함 능력을 강화해 선배열음탐기(TASS), 폭뢰 4발 등이 추가된 것으로 전해졌다.
중동 지역에는 약 2만5,000명의 교민이 거주하고 있고, 한국 원유 수입량의 70% 이상이 호르무즈해협 일대를 거친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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