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1일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하고 162명을 승진시켰다. 최고경영자(CEO) 후보군인 부사장 자리에 1970년생(50세)이 올랐고, 나이 및 연차를 불문하고 능력만 있으면 임원으로 중용하는 발탁 인사도 이전 인사보다 확대했다. 앞서 진행한 사장단 인사에 이어 임원 인사에서도 ‘세대교체’ 흐름을 강화하는 한편 성과주의 원칙 역시 확고히 했다는 분석이다.
이날 인사에서 삼성전자는 부사장 14명, 전무 42명, 상무 88명, 연구개발 및 기술분야 최고 전문가인 펠로우 3명 및 마스터 15명 등 총 162명을 승진시켰다. 2018년 말 직전 임원인사의 승진자(158명)보다 소폭 늘어난 규모다.
최연소 부사장 승진자는 최원준(50) 무선사업부 전략제품개발1팀장이다. 최 신임 부사장은 모바일과 칩세트 개발 전문가로 지난해 4월 ‘갤럭시S10 5G’로 세계 최초 5G폰 상용화 성과를 올렸으며 ‘갤럭시S10’과 ‘갤럭시노트10’ 등 주력 프리미엄 제품군을 적기에 출시해 시장 선점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삼성전자의 ‘기술 초격차’ 의지가 담긴 인사도 눈에 띄었다. 삼성전자가 차세대 TV로 점찍은 마이크로 LED TV 개발을 주도한 최용훈(51)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LED 개발그룹장, 2030년 세계 1등을 목표로 하는 시스템 반도체 사업의 핵심 기술을 담당해 온 심상필(55) 파운드리제조기술센터장과 정기태(55) 파운드리사업부 PA2팀장 등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부사장 승진자 14명은 모두 50대로, 이 중 5명은 50대 초반이다. 삼성전자 측은 “경영성과와 성장잠재력을 겸비한 젊은 리더들을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미래 CEO 후보군을 두텁게 했다”고 밝혔다.
발탁 인사로 임원 승진한 사람은 24명으로 직전 임원 인사(18명) 때보다 6명 늘었다. 프라나브 미스트리(39)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 싱크탱크팀장의 전무 승진이 대표적 사례다. 2009년 MIT테크놀로지리뷰가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젊은 과학자 35인’에 들어 ‘천재 과학자’로 불리는 그는 2012년 삼성전자 입사 후 2년 만에 최연소 상무가 된 데 이어 올해는 최연소 전무 승진자가 됐다. 사내 벤처 조직 스타랩스를 신설해 인공지능(AI) 등 신사업 발굴에 주력해온 그는 이달 세계 최대 소비자가전 전시회 ‘CES 2020’에서 비밀리에 개발 중인 가상인간 ‘네온’을 선보여 주목 받았다.
임원 승진자 중 여성은 7명(전무 2, 상무 5)이다. 이 중 안수진(51) 전무는 반도체 중심의 DS부문에서 첫 여성 전무가 됐다. 삼성전자는 5G 표준화를 주도하고 6G 선행연구를 진행한 이주호 펠로우를 비롯한 18명을 펠로우 및 마스터로 승진시켜 기술회사 위상을 강화했다.
삼성전자는 조만간 조직개편과 보직인사를 확정하는 한편 준법감시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쇄신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전망이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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