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설 연휴가 다가왔다. 이번 연휴에도 각 채널들은 다양한 파일럿 예능들을 앞세워 연휴 편성 라인업을 꾸렸다. 음악 예능부터 명절 대표 예능 ‘아육대’까지 각양각색의 프로그램들이 출사표를 던졌지만, 안타깝게도 이들을 향한 기대는 그리 크지 않다.
추석과 설 연휴, 1년에 두 번씩 다양한 장르로 무장한 예능들이 안방극장을 찾고 있지만 점차 이들을 향한 시청자들의 기대감은 낮아지고 있다. 대체 왜 이런 상황이 도래한 걸까.
명절 연휴를 맞아 다양한 게스트와 주제들로 꾸며진 특집 예능들이 가족단위 시청층을 TV 앞으로 모여들게 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명절 특집 예능 편성이 ‘파일럿 예능’ 검증의 장으로 변질되기 시작하면서부터 이들이 선사하던 신선한 재미와 매력은 급감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매 연휴마다 각 채널들은 ‘파일럿 특집 예능’이라는 이름하에 다양한 예능들을 짧은 구성으로 론칭하고 있다. 이 같은 편성은 결국 레귤러 편성 이후 해당 예능의 성공 가능성을 점쳐보기 위한 채널들의 전략이자, 정규 편성 전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장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방안으로 사용되고 있다. ‘명절 특집 예능’이라는 구색만 갖췄을 뿐, 결국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선사하기보다는 차기 예능 프로그램 검증을 위한 시간으로 전락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점차 명절 연휴라는 시기적 특성에 맞춘 예능보다는 ‘준비된 기획’을 선보이는 경우가 빈번해졌고, 이 시기 일종의 ‘심판대’에 올라 눈도장을 찍는 데 성공한 예능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정규 편성되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대부분 파일럿 제작 전 정규 편성을 염두에 두고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만큼, 이 시기 반응이 좋지 않다고 해서 정규 편성이 불발되는 경우도 거의 없다. 혹평이 있다면 이를 토대로 재정비를 거친 뒤 레귤러 편성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결국 시의성도, 단발성 특집 예능만의 재미도 찾아보기 어려워진 ‘파일럿 예능’의 홍수 속 이들을 향한 기대감이 낮아진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다가오는 설 연휴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음치 탈출 음악 예능을 표방하며 출사표를 던진 KBS의 새 파일럿 예능 ‘음치는 없다 엑시트’를 비롯해 지난 19일 2부작 중 1회 방송을 마친 MBC의 파일럿 육아 예능 ‘유아더월드’ 2회, tvN의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등이 설 연휴 방송을 앞두고 있지만, 이들을 향한 기대감은 ‘글쎄’다.
그런가하면 오는 26일 방송되는 2020 설 특집 송가인 콘서트 ‘고맙습니다’는 지난 해 큰 사랑을 받은 트로트 가수 송가인이 팬들과 시청자들을 향한 감사를 담아 준비한 무대를 선사할 예정이다. 기존 무대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롭고 다양한 노래들이 예고된 상황이다.
하지만 앞서 지난 해 11월 방송된 ‘송가인 콘서트 가인이어라’ 역시 MBC 단독 편성을 통해 방송됐으며 이후 특별 편성을 통한 재방송까지 선보였던 바. 송가인 열풍에 편승해 또 한 번 시청률을 잡겠다는 의도가 담긴 ‘우려먹기 식 콘텐츠 양산’이라는 시선을 지우기 어렵다.
그나마 매 명절 연휴 ‘대표 예능’으로서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MBC ‘2020 설특집 아이돌스타 선수권대회’(이하 ‘아육대’)는 여전히 다양한 잡음 속 아이돌 스타들의 인기로 ‘목숨을 부지하고’있는 실정이다. 매년 부상자들이 속출하며 팬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올해 대회에서는 앞선 촬영 당시 불거졌던 스태프의 ‘아이돌 머리채’ 논란 등으로 또 한 번의 이미지 실추를 겪으며 반감을 키운 상태다.
이 가운데 올해 ‘아육대’는 24, 25, 27일 사흘 간 무려 550분이라는 파격적인 편성으로 안방극장을 찾는다. 다양한 아이돌 가수들이 총 출동해 7개 종목에서 치열한 승부를 예고했지만, ‘아육대’를 향한 팬들의 반감이 기대감 못지않게 크다는 것은 이들의 고질적인 문제다.
새로운 기획에 대한 부담을 덜고, 단발성 편성을 통해 시청자들의 평가 역시 ‘맛보기’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명절 특집 예능의 파일럿 편성은 달콤한 유혹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발전적인 예능 시장의 미래를 위해서는 현재의 달콤함에 안주하기보다는 ‘연휴 대표 예능’ 브랜드 개척이 절실할 때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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