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부터 한라산 정상인 백록담을 등반하는 탐방객을 제한하기 위한 사전예약제가 시행되면서 주말마다 예약전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도세계유산본부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는 오는 2월 1일부터 한라산 탐방로 5개 코스 중 백록담에 오를 수 있는 성판악와 관음사 2개를 대상으로 사전예약제를 시범 운영키로 하고, 코스별로 탐방신청을 접수 중이라고 21일 밝혔다. 코스별 1일 탐방인원은 성판악 1,000명, 관음사 500명이다. 어리목과 영실, 돈내코 코스 등 나머지 탐방로는 현재처럼 예약 없이 등반이 가능하다.
이번 사전예약제 시행으로 한라산 정상 탐방객이 몰리는 주말과 휴일인 경우 미리 예약을 하지 못하면 한라산 정상 등반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라산탐방객관리시스템에 접속해 예약현황을 확인한 결과 성판악코스는 2월 첫째주와 둘째주 토ㆍ일요일, 셋째주 토요일까지 이미 1,000명이 모두 예약된 상태다. 관음사코스도 다음달 첫째주 토ㆍ일요일, 둘째주 토요일은 예약이 완료됐다. 둘째주 일요일도 457명으로 제한인원에 근접한 상태다.
한라산탐방예약제 도입은 탐방객이 급증하면서 한라산 내 자연 훼손과 환경오염, 탐방로 주변 불법주차로 인한 도로 정체 등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라산 탐방객은 2000년 이후 100만명을 넘어섰고, 2015년 125만5,000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어 2016년 106만5,000명, 2017년 100만1,000명, 지난해 89만1,800명 등 지난 10년간 연간 평균 100만명 내외가 한라산을 찾아 수용능력을 이미 초과한 상태다.
탐방로 중 성판악 코스인 경우 전체 탐방객의 40% 정도가 집중되면서 훼손 우려가 더욱 높은 상황이다. 지난해 성판악코스 하루 탐방객이 1,000명을 초과한 날은 100일이 넘는다. 탐방객이 몰리는 주말이나 공휴일에 성판악 코스 주변 일대는 불법주차 차량들이 도로 양쪽을 점령해 주차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다. 심지어 등반할 때는 앞사람 뒷모습만 보고 올라갔다 내려왔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는 노약자나 외국인 등 사전에 예약하지 못한 정보 취약계층을 배려해 탐방당일 잔여 예약인원 범위 내에서 현장에서 발권할 계획이지만, 잔여 예약인원이 없으면 탐방할 수 없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 관계자는 “사전예약제 운영을 통해 성판악과 관음사코스의 등반 인원을 20% 이상 줄이고, 다른 탐방코스로 분산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오는 12월까지 사전예약제를 시범운영하고, 사전예약제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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