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보건당국이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폐렴 집단발병 사태를 일으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전파력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면서 우리 보건당국이 바이러스 특성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20일 중국중앙방송(CCTV) 보도로 공개된 의료진 감염 소식마저 중국 정부의 공식통보가 아닌 언론보도로 인지했다고 질병관리본부(질본)는 21일 밝혔다. 중국과 정보공유가 원활하다고 강조해온 보건복지부 설명과 배치되는 상황으로, 질본 관계자는 “(바이러스의 전파력이) 우리도 궁금하다”라고 털어놨다. 중국내 전역으로 환자가 확산되고, 사람 간 전염이 확인된 상황에서 보건당국은 사실상 ‘깜깜이’ 검역을 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그럼에도 당국은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모든 중국발 항공기를 ‘게이트 검역’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하루 동안 중국에서 국내로 입국하는 인원은 대략 3만명에 달한다. 우한 폐렴의 전파력이 2003년 유행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ㆍ사스)과 유사할 경우, 막대한 국내 확산이 우려된다.
질본 관계자들에 따르면 중국 보건당국은 이날까지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전파력을 가늠할 만한 자료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새로운 환자들이 발생하면 몇 명이 기존 환자와 접촉했는지, 가족 간 감염 사례는 몇 건인지 등 역학조사 정보를 알아야만 전파력 분석이 가능하지만 이러한 정보가 제때, 충분히 공개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사태 때 사우디아라비아가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개했던 것과는 다르다. 질본 관계자는 “중국이 관영통신을 통해 정보를 흘리기도 해 언론을 분석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세계보건기구(WHO)를 거쳐 중국 정보를 확인하는데 환자가 가장 많은 곳에서 답을 안 내놓으니 답답하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21일 현재 확진 환자가 1명뿐이어서 독자적 분석이 어렵다. 이선규 질본 위기분석국제협력과장 역시 “중국이 주는 정보가 충분치 못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이날 오후까지도 “의료진 감염 여부를 공식통보 받지 않아 정보를 수집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보건당국이 언론을 통해 의료진 다수가 감염됐다는 사실을 공개하고 ‘밀접 접촉자 가운데 확진환자가 발생했다’라고 인정하면서 국내에서도 전파력이 예상보다 강한 경우를 대비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부족한 정보로 판단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파력은 사스보다 메르스에 가깝다”면서 “정부가 메르스 사태에 준해서 잘 대처하고 있지만 중국에서 지역사회 전파가 일어날 경우도 준비해야 한다”라고 분석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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