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일자리, 지역에서 앞장섭니다] <11> 구미형 일자리
내륙 수출 전진기지로 대한민국 경제 발전의 견인차였던 경북 구미가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구미 국가산업단지 조성 50주년인 지난해 ‘구미형 일자리’ 투자협약식이 체결된 것이다. 최근 이를 위한 법 개정도 마무리돼 하반기에는 공장도 착공하게 된다.
구미형 일자리 사업은 LG화학이 2024년까지 구미 국가산업5단지 6만여㎡ 부지에 5,000억원을 투입해 전기차 배터리 양극재 공장을 건설하는 게 골자다. 양극재는 배터리의 4대 핵심원재료(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 중 하나로 배터리 재료비의 40%를 차지하는 중요한 원재료다.
경북도와 구미시는 LG화학에 공장 용지를 50년간 장기 무상 임대하고 투자 보조금과 세재 혜택 등을 제공하게 된다. 이 공장이 가동되면 연간 6만여톤의 양극재가 생산되고 1,000여명의 직ㆍ간접 고용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구미형 일자리는 노·사·민·정의 적극적인 참여가 특징이다. 구미시는 노사민정 합의를 통해 고용투자 확대,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 고용안정 보장, 지방세 감면, 부지 제공, 생활 인프라 조성 등 전방위 지원 태세를 갖췄다.
구미형 일자리는 또 기업이 전액투자하고 동종업계와 비슷한 수준의 임금을 보장하면서 저임금 우려도 잠재웠다. 지자체 투자 비중이 높고 임금도 자동차 업계 평균보다 낮은 광주형 일자리와 차별화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7월25일 구미시 산동면 구미코에서 열린 구미형 일자리 투자협약식에서 “나라 안팎이 어려운 상황에서 구미는 상생형 지역일자리로 경제활력의 돌파구를 제시했다”며 “반세기를 맞은 구미국가산업단지가 새 도약의 기회를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도 이 자리에서 “구미형 일자리는 노사민정이 참여하는 사회 대통합 일자리이며 국내 최초 투자 촉진형 일자리”라고 말했다.
협약식 후에도 구미시는 발빠르게 움직였다. 지난 10일에는 상생형 지역 일자리 추진 근거인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일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구미시는 상반기에 경북도, LG화학과 구체적 투자협약 청사진을 마련하고 의회 동의안 의결, 상생형 지역일자리 신청 및 선정, 임대전용산업단지 지정도 마무리지을 계획이다.
LG화학 구미공장은 하반기 착공한다.
구미형 일자리는 구미국가산업단지를 청년 친화형 산업단지로 변모시키는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구미시는 이미 2018년 6월부터 노후화한 구미공단을 근로ㆍ정주여건을 갖춘 산업단지로 변모시킬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를위해 1,500억원 규모의 구미산단 환경개선 펀드를 조성해 지식산업센터 건립, 스마트 공장 보급 확대, 휴ㆍ폐업공장 리모델링 등을 패키지 형식으로 지원하고 있다. 또 화물물류 복합터미널, 소규모 복합문화센터 건립, 구미1산단 재생사업을 통해 청년들이 근무하기 좋은 구미산단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구미시 형곡동 A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김준석(28)씨는 “대기업 공장이 수도권과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지만 구미형 일자리로 지역경제가 되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미시는 청년창업지원사업에도 열심이다. 창업 아이디어 발굴부터 자금, 사무공간, 전문교육, 마케팅을 지원하는 이 사업엔 2010년 1기를 시작으로 390여명이 수료했다. 이중 276명이 기술 제조, 지식서비스, 6차 산업 등 각 분야 창업에 성공했다.
장세용 구미시장은 “구미형 일자리가 침체된 지역경제 회복을 위한 돌파구로 추진되는 만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구미가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었던 옛 영광을 되찾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구미=추종호 기자 c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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