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권센터 “지난해 해병대에서만 인권침해 상담 35건”
해병대 한 부대에서 선임병이 갓 전입한 신병에게 잠자리를 산 채로 먹이는 등 가혹행위를 일삼고 성희롱을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군인권센터는 21일 오전 서울 마포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 A씨가 해병대에서 일어난 엽기적인 가혹행위에 대해 상담 및 지원을 요청해왔다”며 이렇게 밝혔다.
센터에 따르면 A이병은 지난해 10월 해병대 1사단 모 부대에 전입한 직후 부대 인근 야산에서 태풍 피해복구 작업을 하던 중 선임인 김모 상병으로부터 잠자리와 여치를 잡으란 지시를 받았다. A씨가 잡지 못하자 김 상병은 직접 잠자리를 가져 와 A이병에게 “이거 먹을 수 있냐”고 물었다. A이병이 마지못해 “먹을 수 있다”고 답하자 “못 먹으면 죽는다”고 협박하며 A이병의 입 안에 잠자리 몸통을 넣고 먹으라고 명령했다.
A이병이 결국 잠자리를 먹기까지 몇 분 간 강요가 이어졌지만 주변의 제지는 없었다고 한다. 김모 상병은 작업 현장으로 이동하는 중에도 A이병에게 “너 같은 XX만 보면 화가 난다. 내 밑에 들어왔으면 패서 의가사(의병전역) 시켜 줬을 텐데” “이렇게 말라비틀어져서 성관계는 할 수 있느냐”등 폭언과 성희롱 발언을 퍼부었다. 다른 중대원들은 이를 묵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센터 관계자는 “당시 동료와 선임 해병 등 목격자가 다수 있었지만 지휘부에 이 사건이 전혀 보고되지 않았다는 점이 충격적”이라며 “피해자는 사건 이후 반복된 자살 시도, 공황발작ㆍ중증 우울증 진단으로 군 당국으로부터 의병전역 판정을 받고 제대한 상태”라고 밝혔다. A이병은 2차 가해를 우려해 신고를 주저하다 지난 14일 센터와 국민권익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피해를 신고했다. 김 상병은 아직 복무 중인 상태로 헌병대 조사를 받고 있다.
센터 측은 이번 사건 외에도 지난해 해병대에서만 총 35건의 인권침해 상담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그 중에는 지난해 8월 해병대 2사단 한 부대의 선임병이 후임병을 구타 후 개 흉내를 내게 시키고, 치약으로 머리를 감게 하는 등 가혹행위를 했다는 신고도 있었다.
임태훈 센터 소장은 “해병대가 2017년 전군 최초로 인권자문위원회를 결성하는 등 병영 악습을 뿌리뽑기 위해 노력했음에도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증거”라며 “가혹행위를 예방하고 폭력 발생 시 모두가 쉬쉬하는 ‘침묵의 카르텔’을 깨기 위해 군 지도부가 긴장하고 군대 문화 개선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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