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린 미국농업인연맹(AFBF) 연례총회 및 무역박람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오스틴=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상원의 탄핵 심리 본격 개시를 앞둔 가운데, 백악관이 20일(현지시간) 공개한 장문의 방어 논리에 ‘한미 방위비 분담금’ 문제가 난데없이 등장했다.

외국에 대한 원조 중단이 이례적이지 않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원조 중단도 문제가 없다고 해명하는 대목에서 등장하는데, 미국이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군사원조’의 맥락에서 이해하고 있다는 뜻인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백악관은 이날 공개한 110쪽 분량의 변론요지서에서 하원이 탄핵소추안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적용한 ‘권한 남용’ 혐의에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며 '외국에 대한 원조 중단은 자주 필요하고 적절한 일'이라는 항목을 포함시켰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수사 개시를 압박하는 차원에서 대(對)우크라이나 군사원조를 일시 중단했다는 의혹과 관련한 해명이다. 백악관은 “원조를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건 이례적이지 않다. 사실 대통령은 외국 원조 프로그램을 자주 중단하고 재평가하고 심지어 취소해왔다"면서 아프가니스탄과 중미 국가 등에 대한 원조 보류 및 중단을 사례로 들었다.

문제는 두 번째 사례로 한국이 언급된 점이다. 백악관은 "2019년 8월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가 한국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지원 비용에 있어 한국의 분담금을 상당히 증액하는 논의를 하고 있다고 발표했다"고 적었다.

부연 설명은 없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8월 7일 트위터를 통해 한국을 부유한 나라로 칭하며 '한미 방위비 협상을 시작했고 한국이 미국에 상당히 더 많은 돈을 내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한 것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함께 거론된 사례는 아프간 정부 부패에 대한 우려로 1억 달러 군사원조 보류, 미국으로의 이주자 방지에 역할을 다하지 않은 엘살바도르ㆍ과테말라ㆍ온두라스에 5억5,000만 달러 규모 원조 삭감·중단 등이다. 대테러 의무를 다하지 않은 파키스탄에 대한 군사원조 취소, 레바논에 대한 군사원조 일시 중단 및 복원도 사례로 언급됐다.

자세한 부연 설명은 없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 주둔으로 들어가는 비용을 ‘군사원조’의 일환으로 이해하는 것 아니냐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주한미군 주둔에 동북아 안정이라는 미국의 이해관계가 포함돼있음에도 주한미군이 한국 방어에 기여하고 있으니 비용을 한국이 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증액 논리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한미는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6차 회의까지 진행했지만 타협점을 찾지 못한 상태다. 미국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6차 회의 직후인 지난 16일 월스트리트저널(WSJ) 공동 기고라는 이례적 방식으로 한국에 분담금 증액을 노골적으로 압박하기도 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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