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회장 측 백기사” 관측 속 주총 캐스팅보트 쥘 가능성도
한진그룹 경영권 다툼이 격화하는 가운데 카카오가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을 매입하면서 분쟁 구도가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 업계에선 카카오와 대한항공의 최근 협력 관계를 감안할 때 카카오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돕는 ‘백기사’ 역할을 할 거란 관측이 우세하다.
20일 재계와 한진그룹 등에 따르면 카카오는 최근 한진칼 지분을 1%가량 매입했다. 한진칼의 발행주식 수를 감안하면 60만주 수준으로 추정된다. 매입 시점은 지난해 말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한진칼 주가(종가 기준)는 주당 4만원 수준에 머물다가 23일부터 거래량이 크게 늘면서 24일 4만7,750원으로 급등했다.
카카오 측은 “대한항공과의 양해각서(MOU) 체결 이후 한진그룹과 전사적 협력을 통한 시너지를 창출하고자 일부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며 “(의결권 행사 여부는)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앞서 카카오와 대한항공은 지난해 12월5월 플랫폼, 멤버십, 핀테크, 커머스, 콘텐츠, 디지털 전환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고객 서비스를 개발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맺은 바 있다.
양사의 제휴 관계를 감안하면 카카오의 한진칼 지분 매입은 협업 관계 유지를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재계에선 카카오가 조 회장과의 사전 교감을 통해 한진칼 지분을 매입했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카카오 지분율이 다른 대주주에 비해 크진 않지만, 최근 한진그룹 내부에서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는 지분 전쟁 구도를 감안하면 카카오의 이번 행보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3월 한진칼 주주총회를 앞두고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 주요 주주 간 합종연횡이 복잡하게 전개되면서, 예상치 못한 대결 구도가 형성될 경우 카카오가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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