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키우면 세금을 내라고?’ 국내 1,500만 반려인을 놀라게 한 이슈였죠. 정부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당장 도입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논의를 시작해보자는 취지였지만, 민감한 세금 문제라 사람들은 크게 동요했죠. 되레 유기 사례가 증가할 것이라는 비판부터 동물 복지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입장까지, 의견은 확 갈렸습니다.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실제 반려동물 관련 세금을 부과하는 해외 사례들이 눈길을 끕니다. 해외 주요 선진국들은 일찌감치 반려인들에게 세금을 부과하고 있었는데요. 이렇게 마련한 재원은 유기동물 관리나 동물학대를 방지하는 사회 시스템을 운용하는 데 쓰이고 있다고 합니다.
반려동물에 대한 과세는 19세기 초 독일이 광견병 유행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처음 시작했어요. 경우에 따라서는 전쟁 빚을 갚는데 이 재원이 도움이 됐다고 해요. 이후 많은 유럽 국가들에 제도가 확산됐지만, 1970년대부터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점차 사라지게 됩니다.
하지만 독일은 제도를 지속적으로 운영해왔죠. 현재도 이른바 ‘훈데스토이어’라고 불리는 반려동물 보유세를 부과해요. 강아지를 키우는 집에서 1년에 한 번 세금을 납부하도록 한 건데요. 독일 수도 베를린에서는 제도를 도입한 해에만 약 1,100만 유로(142억원)의 세수를 확보했다고 해요.
훈데스토이어는 지방세이기 때문에 각 지역마다 키우는 강아지의 숫자와 종류를 구분해 다른 금액을 책정하고 있습니다. 뮌헨주의 경우 일반 개 기준 약 100유로(13만원) 수준이지만, 맹견을 기르는 사람에게는 약 800유로(107만원)이 넘는 금액이 책정되기도 한답니다.
네덜란드 수도 헤이그도 반려견 한 마리당 연간 약 116유로(15만원)을 납부해야 해요. 이렇게 쌓인 재원은 동물 학대나 유기를 감시하는 ‘동물 경찰’ 제도 등에 쓰인다고 합니다.
영국은 19세기 이 제도를 시행하다가 1987년 폐지했는데요. 매년 선물로 쓰이고 버려지는 유기동물이 늘어나면서 최근 이 제도를 다시 부활시키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요. 이 외에도 싱가포르, 핀란드 등 동물복지 선진국들이 반려동물에 대한 과세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반려동물 보유세가 세계적 추세라고 해도 사회적 합의 없이 제도를 도입하면 국민의 거부감이 상당하겠죠. 앞으로 이해관계자의 의견 수렴, 국회 논의 등 길고 긴 공론화 과정을 거칠 텐데요. 국내에서는 유기를 막기 위해 도입한 동물등록제조차 큰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죠. 과세에 대해 많은 이들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유입니다. 반려동물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 정녕 없을까요.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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