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이 지난달 16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미국 국무부가 19일(현지시간) 남북 협력사업에 대한 지지 입장을 표명하면서도 한미 워킹그룹에서 조율할 사안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 정부도 워킹그룹의 장점을 살리되 속도를 내서 협의를 빨리 진행하자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무부는 이날 논평에서 “미국은 남북 협력을 지지한다”면서 “한국 정부 관계자들이 재확인했듯이 남북 협력이 비핵화 진전과 보조를 맞춰 진행되도록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 조율하고 상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남북 협력에 대한 지지와 한미 간 조율 방침을 천명한 지난 16일 논평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한미 양국이 의견을 조율할 논의 틀을 ‘워킹그룹’으로 구체화하면서 한국 정부도 이에 공감했다고 못박은 것이다. 최근 미국을 방문해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을 만난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미국과의 협의를 속도감 있게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의 월권 논란까지 불렀던 문재인 정부의 대북 개별관광 추진 문제는 외견상 ‘남북 협력에 대한 미국의 지지, 워킹그룹을 통한 한미 간 의견 조율’로 정리되는 모습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일 신년사와 14일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남북 협력사업의 본격적인 추진 의사를 밝히면서 그 일환으로 대북 개별관광 추진을 거론했다. 이에 해리스 대사가 “향후 제재를 촉발할 수 있는 오해를 피하려면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 다루는 것이 낫다”고 말하자, 청와대는 “대단히 부적절하다”며 공개 비판했고 월권 행위라는 비판여론도 거셌다.

다만 문재인 정부 일각에서 한미 워킹그룹에 대해 ‘남북 협력을 견제하는 장치’라는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하는 만큼 워킹그룹의 역할을 두고 한미 간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2018년 11월 만들어진 한미 워킹그룹에는 여러 부처가 참여해 남북 협력사업에 대한 제재 위반 검토 등 다방면의 조율이 이뤄져 왔다. 이에 대해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등은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남북관계가 진전되지 않은 것을 한미 워킹그룹 탓으로 돌리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해왔다.

하지만 이런 시각이 한미 워킹그룹의 현실적인 역할을 간과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남북 협력사업의 경우라도 유엔 제재 위반 가능성에 대한 사전 점검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워킹그룹이 우리 측 의견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통로일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한 외교 소식통은 “그간 워킹그룹에서 10여건의 남북 협력사업이 다뤄졌는데 미국이 아예 거부한 경우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다만 실무진 검토와 세부 조율 과정에서 다소 시간이 걸리는 문제점이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대북 개별관광의 경우 워킹그룹의 장점을 살리되 고위급 라인을 통해 빠른 협의를 진행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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